▲ 종이신문보기

노무현 전(前) 대통령의 후원자였던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베트남에서 추진하고 있는 총 사업비 2조원대의 화력발전소 건립 프로젝트가 정부의 사업보증 지연으로 1년째 난항을 겪고 있다. 우리 기업의 해외시장 개척이라는 경제 논리만 보면 지원해야 하지만 '박연차'라는 이름 때문에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이 탄핵 심판을 받는 상황에서 산업계 현안을 교통정리할 정치 리더십이 부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태광실업은 2009년 3월 베트남 남딘 지역에서 1200㎿(메가와트)급 석탄화력발전소 건설과 운영권을 따냈다. 박 회장이 뇌물죄 등으로 구속되면서 지지부진했다가 작년 1월 태광실업의 자회사 태광파워가 베트남 정부와 투자합의서에 최종 서명했다.

이 프로젝트는 총 사업비 22억달러(약 2조5000억원) 규모이며, 태광파워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주주로 있는 민간 발전기업 아크와파워가 50대50의 비율로 총 5억달러(약 5700억원)를 자본금으로 투자하기로 했다. 발전소 경영은 태광컨소시엄, 시공은 포스코건설, 터빈 같은 주요 기기 공급은 두산·현대중공업이 맡기로 했다. 태광컨소시엄이 25년간 발전소를 운영하며 생산한 전기는 베트남전력공사에서 사주기로 합의했다.

문제는 무역보증 기관인 무역보험공사(이하 무보)가 사업 보증을 미루면서 불거졌다. 태광실업 측은 총 투자금 22억달러 중 12억7500만달러(약 1조5000억원)를 산업은행, 일본 미즈호은행, 영국 스탠더드차터드은행으로부터 유치할 계획이었으나, 이 국내외 투자자들은 무역보험공사의 보증을 요구하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무보가 보증을 미루는 이유는 크게 2가지다. 무보는 우선 베트남 동화를 달러로 제때 환전해 국내로 송금할 수 있도록 베트남 정부가 100% 보증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주된 이유는 박연차 회장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박 회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290억원의 세금을 탈루하고 정·관계 인사들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구속돼 2년 6개월 수감생활을 했다.

하지만 국내 건설·발전 업계에서는 박연차 회장의 구속 전력(前歷)을 이유로 별개의 사업까지 제동이 걸리는 것은 가혹하다는 동정론도 나온다. 시공을 맡기로 한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베트남에서 이만큼 좋은 조건의 발전플랜트 사업은 더 이상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태광파워의 파트너사인 사우디의 아크와파워 측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중국 정부 지원을 받아 중국 기업을 끼고 발전소 건설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중국 자본이 들어오면 포스코건설 대신 중국 업체가 시공사가 된다. 현대중공업과 두산중공업의 참여도 무산되며 프로젝트 전체가 중국 기업 중심으로 진행된다. 기고자 : 호경업
본문자수 : 1363
표/그림/사진 유무 : 없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