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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아닌 '목화 대란'이다. 3월이 코앞인데도 겨울의 상징인 목화 꽃다발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한 달 전 막 내린 tvN 드라마 '도깨비' 때문이다.

어려서 부모를 잃은 드라마 여주인공 지은탁은 축하해주는 사람 없는 쓸쓸한 고등학교 졸업식을 맞는다. 이때 삼신할매가 교실로 찾아와 "잘 컸다. 엄마가 기뻐하실 거야"라며 꽃다발을 건넨다. 하얀 목화솜과 나뭇가지, 푸른 유칼립투스, 붉은 석죽이 섞여 따뜻한 느낌을 준다. 목화 꽃말이 '어머니의 마음'이라고 알려지면서 드라마 방영 이후 목화 꽃다발은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학교 앞에서 졸업식 선물용 꽃다발을 파는 상인들이 "목화 꽃다발이 다 팔리고 나서야 다른 꽃다발이 팔린다"고 할 정도다.

목화 꽃다발은 정확히 말하면 목화솜다발이다. 꽃이 아니라 열매로 만든다. 여름에 꽃이 피었다 진 자리에 열매가 맺히면서 10~11월쯤 솜이 밖으로 드러난다. 수입 물량이 대부분으로, 보통 1월이면 시즌이 끝나는데, 졸업식이 몰린 2월에 여전히 찾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덕분에 도매가격은 작년보다 2배 이상 올랐다. '도깨비 부케' '지은탁 꽃다발' 등의 이름을 단 목화 꽃다발은 비슷한 크기의 다른 생화 꽃다발과 비교해도 2~3배 비싸다. 꽃 배달업체 꾸까의 경우 이달 초 2만원대(목화솜 5송이), 3만원대(10송이), 5만원대(14송이) 목화 꽃다발 총 2000개가 2주 만에 품절됐다. 열흘 지나 '긴급 추가, 소량 입고, 목화 대란, 조기 품절 임박' 문구를 달고 가격을 올려 2차 판매에 들어갔다.

유진이 플로리스트는 "작년까지는 다른 꽃다발 속에 목화솜 한두 개를 섞거나 겨울 인테리어용으로 소량 사용했다"며 "올해는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반응이 폭발적이어서 단골 도매상을 통해 어렵게 추가 물량을 구했다"고 말했다. 21일 서울 강남고속터미널 꽃도매상가에선 10~15곳 중 한 곳에서만 목화솜 가지를 팔고 있었다. 작은 솜뭉치 20개쯤 달린 가지 6개를 한 단으로 묶어 1만5000원에 판매했다.

목화 꽃다발은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불황에 허덕이던 꽃 시장에 오랜만에 등장한 히트 상품이다. 가격 대비 성능·효과를 중시하는 요즘 젊은이들은 초콜릿, 비누장미, 사탕, 풍선 등이 섞인 꽃다발이나 드라이플라워를 선물용으로 많이 찾는다고 한다. 목화솜은 이미 건조한 상태로 나오기 때문에 시들지 않고 두고두고 볼 수 있어 더욱 인기다. 선물 받은 목화 꽃다발을 인터넷 중고 장터에서 되팔기도 한다. 기고자 : 최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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