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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 319호 법정. 영장 실질 심사가 열린 이 법정에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 피의자로 출석했다.

특검팀은 서울중앙지법 오민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영장 실질 심사에 이용복 특검보와 양석조 부장검사, 김태은·이복현 검사 등 4명을 투입해 총력전을 펼쳤다. 우 전 수석 측에선 부장판사 출신인 위현석·이동훈 변호사가 나섰다. 위 변호사와 이 변호사는 모두 서울중앙지법과 수원지법에서 영장 전담 판사를 맡았던 경력이 있다. 우 전 수석은 영장 실질 심사에 경험이 풍부한 전관(前官) 변호사들을 선임해 특검팀의 '창'에 맞선 것이다.

양측은 이날 오후 4시 무렵까지 5시간 20분가량 진행된 실질 심사에서 본재판을 방불케 하는 공방을 벌였다. 특검팀은 "우 전 수석이 지난해 3~6월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급 5명을 좌천시키도록 당시 김종덕(구속 기소) 전 문체부 장관에게 압력을 넣고 같은 해 2월에는 특정 인사를 문체부 감사관에 임명하도록 인사 개입을 했다"면서 "이는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했다.

특검팀은 이어 "우 전 수석이 민정비서관이던 2014년 영화 제작과 관련해 CJ E&M을 조사하라는 청와대의 지시를 어겼다며 공정거래위원회 국장급 간부와 다른 5급 공무원에게 부당한 인사 조치를 하도록 강요했고, 외교부 인사에도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했다. 다섯 가지 사안에서 우 전 수석이 불법적으로 정부 인사에 개입했다고 본 것이다. 특검팀은 또 우 전 수석이 자신을 감찰하던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을 방해했다고 보고 특별감찰관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특검팀은 우 전 수석과 민정수석실 관계자가 감찰이 시작되자 특별감찰관실 관계자에게 번갈아 전화를 걸어 '차적 조회 등 감찰을 지나치게 하면 형사처벌도 될 수 있다'며 협박을 한 정황도 확보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우 전 수석의 혐의가) 단편소설 분량은 아니다"고 했다. 우 전 수석 측은 "업무 수행 과정에서 빚어진 일들이어서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영장 실질 심사를 마친 우 전 수석은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간단한 신체검사를 받았으며 수의(囚衣)를 입은 채 영장 발부 여부를 기다렸다.

특검팀은 '국정 농단'의 장본인인 최순실씨와 우 전 수석의 관계는 밝혀내지 못했다. 우 전 수석은 지난해 12월 국회 청문회에서 "(최순실씨는)지금도 모른다"고 했고, 이날 실질 심사를 받기 위해 특검 사무실을 나설 때도 "당연히 모른다"고 했다. 우 전 수석은 서울중앙지법 입구에서 취재진이 "구속되면 마지막 인터뷰일 수도 있는데 한마디 해달라"고 하자 잠시 질문한 기자를 노려보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런데 이날 다른 법정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재판에선 우 전 수석의 말과 배치되는 증언들이 나왔다. 최철 전 문체부 장관 보좌관은 검찰이 "최순실씨가 청와대에 자주 들어가 VIP를 대면하고, 우병우 전 수석과도 친분이 있다는 말을 고영태씨로부터 들은 적 있느냐"고 질문하자 "그런 적이 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들었다"고 답했다. 최 전 보좌관은 "고영태씨가 작년 3월쯤 '소장(최순실씨)한테 들었다'면서 민정수석실이 나를 조사하고 있다고 귀띔을 해줬는데, 실제 민정 행정관이 두 차례 찾아왔다"며 "행정관이 '해명을 좀 들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만났는데 (별문제 없이) 일단락됐다"고 했다. 기고자 : 윤주헌 김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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