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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구 수치가 정상 범위에 있어요. 이식한 팔의 색깔도 그렇고 손을 제대로 펴고 오므리는 점 등으로 볼 때 이번 팔 이식 수술은 성공했다고 판단합니다."

국내 최초의 팔 이식 수술을 집도한 우상현(56) W병원장은 "20여 일간 마음은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며 이렇게 말했다. 하루 두세 번씩 영남대병원에 가서 수술 후 회복 중인 환자의 경과를 확인하는 일은 기본이었다. 휴대전화에는 불이 났다. 시도 때도 없이 병원에서 전화가 걸려오고 환자의 상태를 보여주는 사진이 전송됐기 때문이다. 우 원장은 "아내가 다시는 팔 이식 수술하지 말라고 하더라"며 웃었다.

그는 지난 2일 영남대병원에서 W 병원 수부(手部)미세재건센터 의료진과 영남대병원 의료진 25명으로 이루어진 수술팀을 이끌며 10시간 동안 팔 이식 수술을 집도했다. 뇌사 상태에 있던 40대 남성의 팔을 1년 반 전 공장 사고로 왼쪽 팔을 잃은 30대 남성에게 옮겼다.

1999년 미국에서 최초로 성공한 팔 이식 수술은 세계 20여 국에서 70여 건만 시행됐을 정도로 고난도다. 콩팥이나 심장처럼 단일 조직인 장기와 달리 팔은 피부·근육·신경·뼈 등의 복합 조직이기 때문이다. 성공이라고 판단하기까지 몇 차례 고비가 있었다. 수술 1주일 만에 환자가 급성 면역 거부 반응을 보였고 최근에는 이식받은 부위의 피부에 변색(變色)이 일어나는 등 하루하루가 일희일비(一喜一悲)의 연속이었다. 우 원장은 "수술 후 불안감과 초조함, 두려움이 이렇게 클 줄 몰랐다"며 "성공을 선언할 수 있게 된 것은 W병원과 영남대병원 의료진의 노고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그가 국내 최초의 팔 이식 수술을 꿈꾼 것은 20여 년 전이다. "영남대 의대 교수로 있던 1997년 네팔에 의료 봉사를 하러 갔는데 양쪽 팔이 없는 남성이 찾아오더니 '1주일을 걸어왔다. 어떻게 치료할 방법이 없느냐'고 묻더군요. 명색이 손을 수술하는 의사인데 무력하게도 그냥 보고만 있었습니다."

마음 한구석에 못이 박혔던 그는 수부·미세 수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미국 루이빌 클라이넛 수부·미세수술센터로 건너가 임상교수로 2년간 일했다. 2008년엔 W병원을 개업해 보건복지부 지정 수지 접합 전문 병원이자 손 수술과 정형관절 수술 분야의 국내 최고 병원으로 키웠다. 우 원장은 절단된 손가락을 이어주는 수부외과 분야에서 솜씨를 인정받고 있다.

2009년 보건복지부로부터 팔 이식 수술을 신의료 기술로 인정받았고 2011년에는 교수로 재직했던 영남대병원과 팔 이식 수술 업무 협약을 맺었다. 그는 늘 "콩팥 이식 수술은 외과의가 아니라 재건성형 의사가 했다"고 강조한다. 재건성형외과 의사이면서 수부외과 세부 전문의인 우 원장이 재건성형에 대해 지닌 애정과 관심은 특별하다. 25편에 이르는 수부외과 미세 수술에 관한 논문을 SCI급 학술지에 발표했고 해외 의학 교과서의 집필자로 일곱 번 이름을 올렸다. 최근엔 독일 스프링거 출판사에서 수부 관련 교과서의 집필 책임자로 선정됐다. 현재 대한수부외과학회 이사장과 대한미세수술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팔 이식 수술을 기다리는 사람이 W병원에만 200여 명이다. 우 원장은 "이번 수술 성공으로 턱이나 안면 등 훼손된 인체 부위를 이식해 해당 부위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을 열게 됐다"면서 "인간적인 삶을 위해 장기 기증뿐 아니라 신체 부위의 기증이 확산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했다.

기고자 : 박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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