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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선(大選)에서 1위를 질주하는 극우 정당 국민전선의 여성 후보 마린 르펜은 '프랑스의 트럼프'다. 이민자 80%를 줄여 프랑스인에게 일자리를 돌려준다는 '프랑스 우선주의'로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르펜은 "대통령이 되면 트럼프처럼 자동차 등 산업생산시설을 프랑스로 다시 불러들이겠다"며 승부처인 북동부 철강벨트(쇠락한 제조업 지역)를 공략하고 있다. 트럼프가 '자유무역 때문에 외국에 빼앗긴 일자리를 되찾아주겠다'는 공약으로 대선 분수령인 디트로이트 등의 블루칼라 표심을 얻은 걸 베꼈다. 르펜이 프랑스의 새 지도자가 될지는 알 수 없다. 지지율 1위라지만 26% 정도이고, 대선(4월 23일)까지는 두 달이나 남았다.

분명한 것은 르펜이 트럼프처럼 보호무역, 포퓰리즘 전략으로 세계화 피해자인 서민·근로자 마음을 얻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계화가 자유무역을 통해 성장을 이끌었지만, 빈부 차를 벌려놔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세계 부자 8명의 부(富)가 전 세계 하위 절반(36억명)이 가진 재산과 맞먹는다는 옥스팜 보고서도 있다.

우리나라도 세계화를 등에 업고 G20 (선진 20개국) 대열에 올라섰지만, 빈부 격차가 심해지고 있다.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95년 35%에서 2015년 49%로 높아졌지만, 소득 하위 10% 빈곤층은 지난해부터 소득이 줄고 있다. 실업자는 100만명을 돌파했고, 15~24세의 청년 실업률은 10.7%로 16년 만에 미국보다 높아져 최악이 됐다.

탄핵 정국이 정리되고 대선 일정이 시작되면 일자리가 주요 화두로 부상할 것이다. 문제는 소득 불균형과 일자리 부족에 따른 경제적 박탈감이 우리 사회를 짓누르는 갈등 요인이란 사실이다. 여기에 대선이 맞물리면 포퓰리즘적 공약이 자라는 토양이 된다. 르펜이 1위를 달리는 프랑스가 그 증거다.

일자리 공약의 옥석을 가려야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죄 등으로 구속됐다. 재벌은 반드시 개혁해야 하지만, 기업 활력까지 꺾어선 안 된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재벌에 빌붙어 먹는 정치인은 반드시 청산한다고 밝혀야 한다. 그래야 삼성 같은 최고 직장이 정경 유착으로 파행하지 않는다. 노동 개혁을 선언해야 한다. 송호근 서울대 교수도 저서 '가 보지 않은 길'에서 컨베이어 속도를 마음대로 당겨 일한 뒤 조기 퇴근하는 '야리끼리'나 하고 정규직 이익 챙기기에 바쁜 현대차 노조 같은 곳 개혁하자고 했다. 비정규직 임금은 지난해 정규직의 53.5%(월평균)로 하락, 임금 격차가 최대로 벌어졌다. 일자리 지도를 확 바꿀 4차 산업 대안도 제시해야 한다. 세계경제포럼은 AI(인공지능) 등 4차 산업으로 인해 2020년까지 일자리가 510만개 줄어든다고 경고했다.

새 일자리 만들기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엉터리 일자리 창출 관련 사업부터 수술해야 한다. 지난해 연봉 3000만원짜리 52만여명분인 15조8000억원이 일자리 예산으로 쓰였지만, 새로 만들어진 일자리는 29만 9000개에 그쳤다. 중복 집행이나 포퓰리즘 예산 낭비를 줄이려면 일자리 컨트롤 타워를 만들든지 해야 할 것이다. 일자리는 대통령 당선 수단이 아닌,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기고자 :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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