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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 기득권 세력의 거센 저항에도, 큰 이변이 없는 한 대통령 탄핵이 인용될 것이다.'

계간 '창작과 비평' 최근호가 이른바 '촛불혁명'을 특집으로 다루면서 머리말에 쓴 글이다. 창비의 정신적 지주인 백낙청 명예편집인도 '촛불의 새 세상 만들기와 남북관계'란 제목의 칼럼에서 '박근혜 정부 내내 '점진적 쿠데타' 시도에 위협받고 있었지만… 2016년 4월의 총선이 '점진 쿠데타' 시도에 일격을 가함으로써 정권 교체의 가능성을 높여놓은 바도 있다'고 썼다. '수구 기득권 세력'이니 '점진 쿠데타'니 하는 적대적이고 과격한 언사(言辭)를 쓰는 게 선명성 경쟁을 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보통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내용은 아니다.

박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쪽의 언사도 지나치기는 마찬가지다. 며칠 전 자유경제원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한 신학교 교수는 '(1987년 이후부터) 종북 세력과 공산 세력이 30년간 자유롭게 혁명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30년 동안 이들을 내버려두고 손보지 않은 결과가 작금의 대통령 탄핵 사건'이라고 했다. 지난 1월 조선일보 여론조사에서 80% 넘는 응답자가 대통령 탄핵을 찬성했는데, 우리 국민 다섯 명 중 네 명이 종북·공산 세력이거나 이들의 영향을 받았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는 소리다.

엊그제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서 대통령 측 변호인단 김평우 변호사가 '헌재가 (공정한 심리를) 안 해주면 시가전(市街戰)이 생기고 아스팔트가 피로 덮일 것'이라고 말한 것도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이다.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 간 충돌이 시시각각 닥쳐오는 듯한데, 이렇게 대놓고 대결을 부추겨도 되는지 모르겠다.

우리 사회가 좌우 이념 대결로 파열하는 것 같지만, 이 간격을 메우기 위해 애쓰는 이들도 있다. 젊은 시절 혁명가를 꿈꾸고 실천했던 주대환(63) 전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이 그렇다. 주씨는 최근 낸 책 '시민을 위한 한국현대사'를 통해 이념의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대한민국 현대사로 뛰어들었다. '대한민국은 농지개혁을 통해 자유와 평등의 나라로 태어났다.' '대한민국의 농지개혁이야말로 다윗과 솔로몬의 시대, 문왕(文王)과 무왕(武王)의 시대 이후 가장 성공적인 토지 혁명이다.'

80년대 '해방전후사의 인식'의 세례를 받아 대한민국의 탄생을 부끄럽게 여기는 '386세대'의 운동권 사관(史觀)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대한민국의 탄생을 '친미파(親美派)인 이승만이 친일파들과 손잡고 세운 단독정부'로 보는 생각도 잘못됐다며 조목조목 반박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주씨는 '보수우파만 나라를 사랑하고 지키자며 외쳐야 할 이유가 있나. 진보좌파는 왜 대한민국을 지키자고 외치면 안 되나'라고 도발적으로 묻는다.

안타깝게도 좌파 진영 내에서 주씨와 같은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극소수다. 자신이 속한 진영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순간, '변절자'로 몰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을 긍정하는 '뉴레프트 사관'을 내건 그는 '뉴라이트 사관'과의 지적(知的) 대결을 제안한다. 국정교과서 씨를 말리기 위해 학교로 몰려가 아우성치는 전교조와 일부 단체를 생각하면, 그는 우리 사회에서 정말로 희귀한 존재이다.

기고자 : 김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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