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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을 맞춘다. 시간이 흐를수록 윤곽이 나타난다. 퍼즐 조각과 조각 사이 연결고리를 찾으면 작업이 한결 수월해진다. 때로는 사라졌던 조각이 나타나기도 한다. 조각 개수는 너무 적어도, 너무 많아도 곤란하다. 퍼즐 난이도가 몰입감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이 속성을 드라마 속으로 끌어들인 장르가 '추리극'이다.

'추리(推理) 코드'가 안방극장을 관통했다. 형사·범죄물에 국한됐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극 시작부터 끝까지 탄탄한 서사로 시청자 마음을 붙들어야 하는 '미니시리즈'의 최근 생존 방식이다.

시청률 22.2%(닐슨코리아)를 돌파한 '피고인'(SBS)은 기억을 잃은 검사 박정우(지성)가 살인혐의로 교도소에 수감됐다는 설정으로 시작한다. 박정우는 교도소 내 징벌방에 손톱으로 새겨놓은 단어 '박봉구' '16K' '벨소리'를 통해 기억의 편린을 모아간다. 10%대 후반을 맴돌던 시청률은 박정우가 제 아내와 딸을 살해한 진범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진 7화부터 20%대로 반등했고, CJ E&M·닐슨코리아가 방송 콘텐츠를 대상으로 조사한 2월 둘째 주 CPI(콘텐츠 영향력 지수)에서도 TV 프로그램 전체 1위에 올랐다. "내가 죽였다"고 말하는 박정우 자백 영상이 발견되는 등 돌발 변수가 생겨 더디게 맞춰지던 퍼즐판이 7화부터 빠른 속도로 채워진다.

'보이스'(OCN)는 '은형동 살인사건'으로 각각 아내와 아빠를 잃은 무진혁(장혁)과 강권주(이하나)가 진범을 찾는 과정을 그린다. 진범을 추적하는 '큰 퍼즐' 안에 여고생 납치사건, 계모 아동상해사건 등 '작은 퍼즐'을 끼워넣은 액자식 드라마다. 연출을 맡은 김홍선 PD는 "사건 하나가 해결되면 주(主) 서사인 '진범 찾기'의 실마리가 제공되는 구조"라면서 "시청자가 추리 과정에서 앞서 배치해 둔 장치를 발견해가는 재미가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시청자 이탈도 줄인다. 미니시리즈는 50부작이 넘는 일일드라마나 대하드라마에 비해 채널을 돌리는 '이탈 시청자'가 많다. 소문만 타면 시청률 역전이 곧잘 일어나는 분야다. 종영 4회를 남기고 시청률 역전에 성공했던 '쇼핑왕 루이'(MBC)나 방영 4회 만에 10% 가까이 벌어졌던 경쟁작의 시청률을 따라잡은 '김과장'(KBS)이 그 예. 추리 코드는 한 회차를 일종의 관문으로 구성해 시청자가 '끝까지' 콘텐츠에 열중하도록 끌어들인다.

출격을 앞둔 미니시리즈도 추리 코드를 삽입했다. '보이스' 후속인 '터널'은 1986년을 살던 형사(최진혁)가 2016년으로 시간 이동해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김과장' 후속은 탐정 유설옥(최강희)이 미제 사건을 해결해가는 '추리의 여왕'이다. '터널'의 김성민 PD는 "30년 후 다시 시작된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해나가는 타임슬립형 형사 추리극"이라고 설명했다. 기고자 : 박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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