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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빠지고 잠 못자… 신경 곤두선 재판관들

78일째 탄핵 재판과 씨름… 헌재 "27일 최종변론"
    조백건

    발행일 : 2017.02.25 / 사회 A1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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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을 진행 중인 헌법재판소는 24일 "예고한 대로 오는 27일 최종변론을 진행하고 변론을 종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헌재 관계자는 이날 언론 브리핑을 통해 "8명의 재판관이 합의를 해서 (최종변론 날짜를) 고지한 것이기 때문에 바뀌는 것은 없다"고 했다. 헌재는 앞서 최종변론을 24일에 진행하려고 했다가 박 대통령 측의 연기(延期) 요구를 받아들여 사흘 미뤘다. 헌재가 이제 더 이상의 연기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박 대통령 변호인단은 헌재가 최후 변론에 쓰일 종합 준비서면을 23일까지 내달라고 했지만 24일까지도 내지 않았다. 대신 박 대통령 측은 이날 재판부가 이미 취소한 증인인 최순실씨와 고영태씨에 대한 신문이 필요하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요즘 헌법재판관들 사이에선 1950년대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로마의 휴일'이 가끔 화제(話題)에 오른다고 한다. 왕실 생활의 빡빡한 스케줄 등에 염증을 느낀 앤 공주가 자국의 대사관을 몰래 빠져나와 만난 신문기자와 로마 시내를 활보하며 모처럼의 자유를 만끽한다는 내용이다. 재판관들은 작년 12월 9일 국회 탄핵소추의결서가 헌재로 넘어온 뒤로 78일째 외부와 접촉을 끊고 재판 진행과 기록 검토를 하고 있다. 영화 속 앤 공주가 느꼈을 '속박'의 답답함이 재판관들의 현 상황과 비슷하지 않으냐는 것이다. 재판관들은 요즘 외부 전화도 받지 않고 중·고교 동창 모임은 물론 친척 모임까지 취소하면서 '수도승' 비슷하게 살고 있다. 심지어 지난달 31일 퇴임한 박한철 전 헌재소장도 한 사찰에 머물며 외부와 접촉을 끊은 상황이다.

    재판관들은 지난 22일부터는 외부를 돌아다닐 때 사복 경찰 3~4명이 따라붙는 경찰의 근접 경호를 받고 있다. 일부 재판관은 주변에 "(경호를 받게 되면) 어쩔 수 없는 것은 알지만 집 앞 수퍼마켓 가기도 부담스럽다", "가벼운 운동도 하기 불편하다"고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 관계자는 "교회에 다니는 재판관들은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가야 하느냐'고 난감해한다"고 했다.

    재판관들은 대부분 점심과 저녁을 구내식당에서 들거나 배달된 도시락으로 해결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두 달 넘게 지속되면서 더러는 주변 눈을 피해 헌재 인근의 단골 식당에 혼자 가서 식사하고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식사를 마치면 엄지에 골무를 끼고 밤늦게까지 기록을 넘겨 보다가 보따리나 쇼핑백에 서류를 넣어 퇴근한다.

    헌재 관계자는 "대통령 파면 여부를 가르는 이번 사건의 중압감 때문에 재판관들이 많이 지쳐 있는 상황"이라며 "지난 22일 변론에선 이정미 소장 권한대행이 심판정(법정)에서 쓰러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많았다"고 했다. 이 대행은 이날 박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재판부를 향해 원색적인 불만을 쏟아내자 수차례 뒷목을 잡는 모습을 보였다. 심판정에 앉아 있는 재판관들의 표정도 탄핵 심판 초기와 비교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몸무게가 3㎏ 이상 빠지거나, 불면이나 두통에 시달리는 재판관도 있다고 한다.
    기고자 : 조백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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