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검색목록 > 기사상세보기
타이틀

트럼프, 바쁜 CEO들 모아놓고 7번째 '자화자찬 쇼'

제조업체 CEO 24명 불러 "내 덕에 기업들 美 투자 늘어… 수백만개 일자리 되찾아올 것"
    김덕한

    발행일 : 2017.02.25 / 국제 A14 면

    종이신문보기
    ▲ 종이신문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각) 미국 주요 제조업체 최고경영자(CEO) 24명을 백악관에 불러 모아 "더 많은 일자리를 되찾아 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취임 직후인 지난달 23일 12개 주요 대기업 CEO들을 모아놓고 "미국을 떠나면 엄청난 국경세를 매기겠다" "미국에 공장 지으면 큰 혜택을 주겠다"는 등 '채찍과 당근' 메시지를 동시에 던진 이후 한 달 만이다. 당선인 시절까지 포함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기업인들과 가진 간담회는 이번이 7번째이다.

    바쁜 CEO들을 툭하면 소집해 똑같은 얘기만 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백악관은 "세금, 무역, 규제, 인프라·교육 등 4개 분과로 나눠 분임토의도 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총 2시간 30분 토론 시간 중 취재진에 공개된 처음 30분 동안 트럼프는 자화자찬을 쏟아냈다.

    그는 "미국 경제를 부흥시키기 위해 경제 관련 공약을 지켜나가는 데 애를 쓰고 있다"면서 냉난방기 생산업체 캐리어, GM, 포드 등 자신의 주장대로 공장 해외 이전을 포기하고 미국 투자 확대를 약속한 기업들을 일일이 언급하며 자신의 공을 자랑했다. F-35 전투기 사업의 사업비를 깎았다는 것을 부각시키기 위해 메릴린 휴슨 록히드마틴 CEO를 지목하며 "힐러리 클린턴이었다면 7억달러를 깎지 못했을 것"이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이날 트럼프의 핵심 발언은 "모든 정책은 일자리를 되찾아 오는 것에 기반을 둘 것", "수백만개의 일자리를 다시 찾아올 것" 등 이제껏 했던 말의 반복이었다. 키스톤XL과 다코타 송유관 등 새 정부 들어 추진하기로 한 송유관 건설 사업에 참여하는 업체들은 반드시 미국산 철강 파이프를 사용해야 한다면서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다시 한번 강조하기도 했다.

    참석한 CEO들은 분위기가 좋았다고 전했지만 실질적인 내용은 없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는 기본적인 사실관계부터 틀린 얘기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를테면, 트럼프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미국에서 7만개의 공장이 문을 닫았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 이후 미국 제조업 일자리 3분의 1이 줄었다고 했지만, 미국 제조업 공장은 2001년 40만개에서 지난해 34만4000개로 줄어든 정도이며, 그마저도 자동화와 저임 노동 일자리 감소 등이 주요인이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인들로부터 날카로운 '역공'을 당하기도 했다. 몇몇 CEO는 미국 제조업 공장에 아직 많은 일자리가 남아 있는데 이를 채울 만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부족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고 AP는 보도했다. 일자리가 부족하다고만 말할 게 아니라, 제조업에서 필요로 하는 고급 기술 인력을 양성하는 데 트럼프 행정부가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AP는 "트럼프는 선거운동 때부터 외국으로 공장을 옮기려는 기업들에 압력을 가해 나가지 못하게 하며 협박해왔을 뿐, 고급 일자리에 필요한 인력 양성 등에 대해서는 생각도 못하고 있다"고 했다.

    정작 기업인들은 백악관에서 하고 싶은 말을 꺼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민과 무역을 억제하는 것은 미국 기업들이 경제 성장을 주도하고 경쟁력을 키우는 데 방해가 되는데도 기업인들은 이 말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트럼프는 당선자 시절인 지난해 12월 14일 팀 쿡(애플), 래리 페이지(구글) 등 대선 캠페인 당시 자신에게 적대적이었던 유력 IT기업 CEO들을 뉴욕 맨해튼 트럼프타워로 불러 모아 '포용'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취임 이전부터 기업인들을 활용한 '이벤트 효과'를 노려왔다. 지난달 23일 취임 후 첫 기업인 초청 간담회를 가진 바로 다음 날 고용 효과가 큰 자동차 3사 CEO를 한 번 더 불러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중소기업인 간담회에서 규제를 하나 만들면 기존 규제 두 개를 철폐하도록 하는 '원 인, 투 아웃(One In, Two Out)'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지난 3일엔 블랙록, JP모건 등 주요 금융기업 CEO들이 모인 자리에서 대표적인 금융 규제법인 도드·프랭크법 개정을 검토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래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주요 기업인 간담회
    기고자 : 김덕한
    본문자수 : 2102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
    인쇄 라인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