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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삼성 컨트롤타워… 경영 '투톱'도 2선 후퇴

미래전략실 내달초 해체… 수요 사장단 회의도 없앨 듯
    신은진

    발행일 : 2017.02.25 / 종합 A8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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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계열사로 흩어지게 될까요?"

    24일 삼성 내부는 종일 술렁였다. 삼성이 특검 수사 결과 발표 직후인 3월 초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을 완전 해체하기로 방침을 굳혔기 때문이다. 계열사 '정예요원' 200여명을 모아 만든 미전실은 그동안 연 매출 400조원·임직원 50만명이라는 거대 삼성그룹을 이끌어온 사령탑이었다. 미전실은 1959년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비서실에서 시작한 조직이다. 그 뒤 구조조정본부·전략기획실 등 이름을 바꿔가며 신속하고 일사불란한 경영 계획·실행으로 지금의 삼성 경쟁력을 일궜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최근 '최순실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정경유착의 고리로 지목되면서 공중분해라는 비운을 맞게 된 것이다.

    미래전략실은 해체…1·2인자는 퇴진

    미전실 1·2인자로 있으면서 삼성그룹 내부 살림을 맡았던 최지성 미전실장(부회장)과 바깥 살림을 책임졌던 장충기 미전실 차장(사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이들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고문을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안팎에서는 '제2의 최지성'이 누가 될지에 대해 설왕설래하고 있지만 삼성에선 "당분간 그 역할을 대신할 인물을 세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전실 내 다른 임직원들은 일단 삼성전자·생명·물산 등 3개 계열사로 나눠 배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추가 인사도 날 전망이다. 삼성 관계자는 "미전실 해체 이후 조직 개편이 있더라도 큰 폭은 아닐 것"이라면서 "각 계열사에 이들이 돌아가면 상당수 인력이 중복될 수 있기 때문에 대기 발령이나 교육 연수 등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전실 조기 해체는 '약속한 걸 빨리 지켜야 한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뜻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계열사별 책임·독립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2008년 이후 거의 매주 열렸던 수요 사장단 회의도 없앨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 79년 삼성 역사상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장단 인사 연말로 연기되나

    미전실을 완전 해체한 다음 삼성그룹은 크게 전자·생명·물산 3개 축으로 나눠 운영될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생명·물산 3개 회사 내 전략·인사·기획 등 경영 지원 기능을 확대·강화해 전자, 금융, 기타 제조 계열사들을 각각 나눠 이끌게 한다는 것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전국경제인연합회에 탈퇴서를 제출하기 직전, 전처럼 미전실 지시를 받는 대신 전자·SDI·SDS·전기 등 전자 계열사 CFO(최고재무책임자)들이 모여 이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앞으론 이런 독립 경영을 더 강화한다는 게 삼성 설명이다.

    미뤄졌던 삼성 사장단 인사는 올 연말까지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당초에는 이 부회장 1심 재판 결과가 나온 뒤인 5월쯤 대규모 사장단 인사를 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오는 3월 각 계열사가 주주총회를 치러야 하는데 이들을 5월에 바로 바꾸기엔 외부 시선이 부담스럽다는 판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 같은 '뉴 삼성'에 대한 밑그림은 미전실 정현호 인사팀장(사장)이 그리고 있다. 이 부회장이 가장 신임하는 인물 중 하나로, 지난주 각 계열사 인사팀장들과 이런 문제와 관련해 회의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컨트롤타워 없이 제대로 운영될까

    일각에서는 6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삼성이 컨트롤타워 없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을까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삼성 관계자는 "'최지성 실장 체제'에선 임원급 이상은 6시 30분 출근이 암묵적인 규칙이었는데 이제 미전실이 없어지면 이 조기 출근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각 사 자율·책임 경영이라는 이런 사소한 문제부터 인수·합병(M&A) 등 굵직한 현안도 알아서 하자는 건데 과연 얼마나 잘될 수 있을까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삼성 같은 거대 그룹이 컨트롤타워를 없앤다는 건 사실상 그룹을 해체한다라는 것과 같은데 실효성이 있겠느냐"며 "미래전략실 해체라는 '쇼'보다는 컨트롤타워에서 내린 결정과 조정을 각 계열사가 무조건 따라가는 게 아니라 자체적으로 검토해서 승인·불승인할 수 있는 독립적 이사회 시스템 구축이 더 나은 대안"이라고 말했다.

    [그래픽] 삼성그룹 어떻게 달라지나
    기고자 : 신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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