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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희의 날씨 레터] 엄마의 봄날

청소하러 딸내미 집 온다는 엄마 "딸 챙기는 게 내 기쁨이고 봄이다"
    이진희

    발행일 : 2017.02.25 / 사람 A25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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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과 낮 사이 두 계절이 오갑니다. 매서운 바람결은 겨울인데 그 사이를 파고드는 햇살은 봄이지요. 이 봄빛을 마주할 때면 '엄마'가 생각납니다. 시린 현실 속에서 한 줄기 따뜻한 위로가 되어주는 분이요. 어린 시절 한때는 철없는 불만도 있었지만 친구들이 엄마가 되는 나이가 되고 보니 고마움과 애틋함이 짙어집니다.

    얼마 전 친한 언니 이지애 아나운서가 딸을 낳았어요. 아기 얼굴을 보러 달려갔더니 친정엄마가 산모 손을 꼭 잡고 계셨지요. 언니의 외할머니도 곧 오신다며 들뜬 표정이었습니다. '엄마, 친정엄마, 외할머니'라는 그림책을 선물로 가져갔는데 딱 그 모습이었어요. 딸로 태어나 아이의 엄마가 되고 또 외할머니가 되는 그런 삶. 엄마가 떨어뜨린 빵 부스러기를 주우며 딸이 따가라는 길. 엄마가 되는 법도 엄마에게 배우지요. 저의 어머니와 외할머니도 떠오르면서 뭉클해졌습니다. 이런 기쁨을 아직 안겨 드리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한 마음도 들면서요.

    80세를 앞둔 외할머니는 아직도 딸 걱정이고 쉰이 넘은 엄마는 더 건장한 저를 걱정합니다. 세상 많은 엄마가 그렇지요. '봄날'이라는 단어에 끌려 보게 된 TV조선 교양 프로 '엄마의 봄날'에서는 이렇게 한평생 자식 위해 헌신해온 당신들의 건강을 되찾아주고 있습니다. 사연을 받아 방방곡곡 찾아가는데 어머니들 마음은 참 한결같으세요. 애처롭게 굽은 등이 이제는 낯설게만 느껴지지 않아서 방송 볼 때마다 눈물을 훔치곤 합니다.

    오늘도 엄마는 봄맞이 대청소를 해주러 서울 딸내미 집에 가겠다고 카톡을 보내셨네요. "신경 쓰지 마시고 신여사의 봄날을 누리세요!"라고 답했더니 "딸을 챙기는 것이 내 기쁨이고 봄이다" 하십니다. "너도 딸 낳아보면 안다"고 은근하게 새 계절의 소망을 보태셨지만요.

    찬바람 속 봄빛 같은 우리 엄마들이 장장춘일(長長春日)을 누리는 길은 자식들이 잘되는 것이겠지요. 더 성실하게 살아야겠습니다. 3월이 시작되는 다음 주에는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10도 안팎까지 오르겠어요. 날짜도 날씨도 바야흐로 '봄날'입니다.
    기고자 : 이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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