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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읽는 한시] 종이연

    안대회

    발행일 : 2017.02.25 / 여론/독자 A26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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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연

    종이연이 둥실둥실
    하늘 가득 떠오르고
    아이들이 수도 없이
    물결치듯 휩쓸리네.

    조종하는 권세가 손에 있다며
    제멋대로 뽐내지만
    줄 한 가닥 바람에 끊어지면
    종이연은 어찌하랴.

    紙鳶

    紙鳶搖曳滿天多(지연요예만천다)
    無數街童動似波(무수가동동사파)

    操縱謾誇權在手(조종만과권재수)
    一絲風斷奈如何(일사풍단내여하)

    19세기의 저명한 역관이자 시인인 은송당(恩誦堂) 이상적(李尙迪·1803~1865)이 1855년에 지었다. 대보름을 전후한 초봄은 연을 날리느라 들썩인다. 소싯적에 연을 날렸던 추억이 몰려든다. 숱한 세월이 지났고, 이제는 멀찍이 떨어져 있다. 거리에서는 수많은 아이가 연을 날리러 휩쓸려가고, 하늘에는 형형색색 연이 가득하게 떠있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연을 제 마음대로 조종하며 손아귀에 움켜쥔 권력을 뽐내기에 정신이 팔려 있다. 연줄이 바람에 끊어져 연이 허공 멀리 날아가면 그만인 줄은 아랑곳도 하지 않는다. 얼레를 쥐고 연을 조종하는 권력을 과시하는 아이들을 보며 권세에 도취한 고관들을 떠올렸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권력에 취한 그들은 딴 데서 불어오는 바람에 추락해도 눈치채지 못한다. 연 날리는 아이들을 보면서 불쑥 그들만도 못한 어른들에게 연민이 생겼다.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기고자 : 안대회
    본문자수 : 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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