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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레터] "말이 아니라 글로 쓸 때, 영원히 진심이죠"

    어수웅

    발행일 : 2017.02.25 / Books A17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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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 기자는 늘 '헛소리는 말로만!'이라는 강박 속에서 삽니다. 입으로는 혹 실수를 하더라도, 글 쓸 때는 엄정해야 한다는 내적 압박이죠. 마음산책에서 펴낸 '헤밍웨이의 말'(권진아 옮김)을 읽다가 비슷한 구절을 발견했습니다.

    "덧붙여 한마디 하자면, 내가 이야기할 때는 그냥 이야기예요. 하지만 글로 쓰면 그건 영원히 진심이죠."

    '헤밍웨이의 말'은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의 작가 인생 후반부, 특히 쿠바에서 했던 4편의 인터뷰를 모은 책입니다. 시선이 멈춘 까닭이 또 하나 있습니다. 1년 전 쿠바 아바나에서 차로 30분쯤 떨어져 있는 헤밍웨이 집을 찾았을 때의 기억 때문인데요. '노인과 바다'를 쓴 이 전망 좋은 집은 '헤밍웨이 박물관'이 되어 있더군요.

    전시관 한편에 '촬영금지' 팻말과 함께 나이 지긋한 경비원이 한 명 있었습니다. 다른 관객은 없던 상황. 경비원은 예상 외의 친절을 베풀었죠. 제 스마트폰을 달라 하더니, 사진을 찍어줬습니다. 반전은 이 대목에서. 손바닥을 내밀며 대가를 요구하더군요. 말과 글이 엇갈린 또 하나의 상황이었달까요.

    '헤밍웨이의 말'은 문학전문 계간지 '파리 리뷰'(The Paris Review)와의 1954년 인터뷰로 시작합니다. 20년대 파리 시절의 호쾌한 인터뷰들을 고려하면, 믿을 수 없을 만큼 가라앉은 차분함이 그 안에 있죠. 심지어 말하기 싫었던 게 아닐까라는 의문을 가질 만큼. 거트루드 스타인, 에즈라 파운드 등 동료 작가와의 에피소드를 묻자, 이런 대답을 합니다. "35년 전의 더러운 빨래를 빨면서 문단 뒷담화를 하는 게 난 역겹군요."

    어찌 보면 모순입니다. 인터뷰 역시 말이 아닙니까. 하지만 안심하세요. 이 인터뷰는 '파리 리뷰'가 출간되기 전, 헤밍웨이의 교정을 거쳤으니까요. 글에 대한 헤밍웨이의 엄정함, 그리고 진짜배기 고단함을 토로하는 말년의 작가를 경험해보시길.
    기고자 : 어수웅
    본문자수 : 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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