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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에 주는 교훈] (2) 삿포로 밝힌 빨간 미소 '실버 자원봉사대'

35%가 장년층 자원봉사, 한국은 7%뿐
    석남준

    발행일 : 2017.02.25 / 스포츠 A22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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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아이스하키 경기가 펼쳐진 쓰기사무 체육관. 눈발이 날리는 가운데 빨간색 외투를 입은 이들이 경기장에 입장하는 관중을 향해 환한 미소와 함께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자원봉사자들이다. 이들 중 상당수의 모자 밑으로 흰 머리가 보였고, 얼굴엔 주름이 깊게 패 있었다.

    이 장년·노년층 자원봉사자들은 삿포로 아시안게임을 대표하는 얼굴이다. 대회 조직위원회에 문의한 결과 대회 총 자원봉사자 수는 4600명이었고, 이 중에 50대 이상이 35.7%에 달했다. 아무리 일본이 초고령사회이라지만 의아할 정도로 높은 수치였다. 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한국도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개최하지만, 자원봉사자들의 연령 구성은 삿포로와 극단적으로 다르다. 평창의 경우 50대 이상의 자원봉사자 비율은 6.8%(1차 심사 통과자 기준)에 불과하다. 평창은 20대 이하가 전체의 87.6%로, 삿포로(39.9%)의 두 배를 넘는다.

    삿포로는 이번 대회 내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영하의 날씨에 눈이 왔지만 이 '실버 자원봉사자'들은 인상 한번 찌푸리는 법이 없었다. 이날 한 중국인 기자가 뭔가를 묻자, 실버 자원봉사자가 눈길을 뛰어가 중국어 통역을 데려왔다. 중국 기자는 실버 자원봉사자에게 고개 숙여 감사를 표했다. 이 중국 기자는 "어딜 가든 실버 자원봉사자의 환대를 받게 된다"며 "그들의 친절함을 통해 삿포로는 물론이고 일본 전체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조직위는 "실버 자원봉사자들은 대회의 성공을 이끄는 중심축"이라고 했다. 조직위에서 평가한 실버 자원봉사자의 장점은 젊은이 이상의 친절함과 책임감이다. 조직위 관계자는 "실버 자원봉사자는 예정 시간보다 일찍 현장에 나오고, 업무 시간이 지난 뒤까지 남는다. 우리가 건강을 걱정할 정도"라고 했다.

    이들은 왜 아늑한 집 대신 춥고 힘든 동계아시안게임 봉사를 택했을까. 쇼트트랙과 피겨 스케이팅 경기가 열린 마코마나이 경기장에서 선수단 인솔 봉사를 한 이나바 이즈미(82) 할아버지는 "작은 힘이라도 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힘든 줄 모른다"며 "젊은이들과 한데 어울려 지내면 내가 에너지를 얻는 느낌이어서 봉사 기회가 있으면 꼭 지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회뿐 아니라 평소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관광 안내 봉사를 하고 매년 삿포로 눈 축제에서도 자원봉사자로 일한다고 했다. 마코마나이 경기장 입구에서 눈을 치우고 관람객 짐 검사 봉사를 한 마루타 후미오(68)씨는 이렇게 말했다. "집에 가면 힘들어서 쓰러져 잠이 듭니다. 그래도 내가 아직 이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대회가 끝나가는 게 아쉬울 정도예요."

    일본 장년층에는 "노인은 사회의 보호를 받는 대상이 아니라 사회에 봉사하는 주체가 돼야 한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이번 대회에서 자원봉사자들에게 지급된 건 빨간색 외투와 점심 도시락, 교통비 약 1만원이 전부이지만 장년·노년층이 기꺼이 눈밭으로 나왔다. 삿포로 대회 조직위 측은 "실버 자원봉사자들의 기여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고 했다.

    현장에서 실버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을 지켜본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우리도 결국 국가와 지역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평창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것 아니겠느냐"며 "이번 삿포로 대회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간다"고 말했다.

    [그래픽] 삿포로는… 장년층 자원봉사자가 '대세'
    기고자 : 석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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