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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자신의 정책 제안 동영상 '주간 문재인'을 서울 마포의 한 스튜디오에서 촬영했다.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택배기사, 오토바이 배달원 등 50개 직군 약 230만명에 달하는 '특수 형태 근로 종사자'의 노동 3권을 보장하고 고용·산재보험을 의무화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문재인 캠프에서는 이와 관련해 보도 자료를 내고 "문 후보가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돕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230만명의 정규직 전환 공약은 재원 조달 방안부터 우리 경제·산업계에 미칠 영향이 간단치 않은 중대 사안이었지만 이날 문 후보는 이에 대해 구체적 설명을 하지 않았다.

문 후보의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의 부소장인 조대엽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처음 듣는 이야기다. 캠프에서 만든 정책 같다"고 했다. 대학교수가 900명 넘게 참여하면서 출범 단계부터 '줄세우기' 비판을 받아왔던 대규모 싱크탱크였지만 정작 정치인 중심의 선거 캠프가 돌아가기 시작하면서는 2선으로 한발 빠져 있는 모양새다.

정규직 전환의 구체적 방안을 묻자 문재인 캠프는 "실무진 착오로 보도 자료가 잘못 작성됐다. 정규직 전환은 공약 내용이 아니다"고 정정했다. 하지만 문 후보 측 홍종학 정책본부장은 또 다른 이야기를 했다. 그는 "정규직 전환을 추진한다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230만명 전체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업체에 정부 지원금으로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지원금 액수나 재원 방안 등 자세한 내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2012년에 이어 대선 재수(再修)에 나선 문 후보는 '준비된 대통령'을 주장하고 있다. 100여명에 달하는 캠프 실무진 역시 2012년 때부터 '문재인 대통령'을 위해 손발을 맞춰온 인사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5년 전과 비교해 무엇이 얼마나 준비된 것인지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많다. 일자리 정책, 재벌·검찰 개혁, 청와대 개방 등 문 후보의 주요 공약은 5년 전과 대동소이하다.

그보다 문 후보 측에서는 대규모 세(勢) 과시에만 치중하는 모습이다. 각종 '위원회' '포럼' '자문단' 등 수백명이 참여하는 비슷비슷한 이름의 지지 조직을 매일 발족하고 각계 인사를 영입했다며 발표하기에 바쁘다. 그 과정에서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이나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처럼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발언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들도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문 후보 측은 "1등 주자에 대한 가혹한 비판의 잣대"라고 항변한다. 현재 대선 주자 중에 문 후보 정도가 논란 속에서도 꾸준히 정책을 제시하며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내실(內實)보다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인상도 지울 수 없다.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선전 구호보다는 내용으로 이를 인정받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