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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절도범이 일본 대마도 관음사(觀音寺)에 있던 관음보살상을 훔쳐서 한국으로 몰래 들여왔는데, 이 관음보살상이 1330년(고려 충선왕 원년)에 서산(瑞山)의 부석사(浮石寺)에서 조성된 불상임이 복장(腹藏)에서 나온 기록으로 밝혀졌다. 학계와 문화재 전문가들은 이 관음상이 장물(贓物)이므로 다시 일본으로 돌려줘야 한다는 의견인 반면, 부석사 측은 "원래 이 불상이 부석사 것이므로 부석사에 돌려줘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서산 부석사 측은 이 불상을 14세기 후반에 왜구가 서산에 들어와 약탈해간 것으로 보고 있다. 부석사는 한국에 두 군데가 있다. 충남 서산 부석사와 경북 영주의 부석사이다. 한자도 같다. 두 곳 모두 의상대사와 인연이 있다. 의상대사가 중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할 때 배를 타고 서해안 서산·당진(唐津) 일대로 들어왔다. 그리고 서산 부석사를 창건하였다. 영주 부석사는 나중에 창건한 절이다. 서산 도비산(島飛山)의 부석사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데다가 나머지 한쪽 육로의 지형이 산으로 막혀 있는 지형으로 거의 섬과 같다. 지금은 간척이 되었지만 80년대 이전에는 배로 드나들어야만 했던 곳이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고대 해로는 횡단항로(橫斷航路)와 사단항로(斜斷航路)가 있다. 횡단항로는 산둥성에서 서산·당진 쪽으로 횡단하는 항로이고, 사단항로는 상하이·닝보 쪽에서 흑산도와 새만금 방조제가 들어선 선유도를 거쳐서 개성으로 들어 오는 뱃길이다. 의상은 횡단항로를 통해서 귀국한 것이다. 고려 말 14세기 중반에서 조선 초 15세기 전반까지는 왜구가 서해안을 거의 안방 드나들듯 노략질하던 시기이다. 해양경찰이 없었다. 그래서 서남해안 섬들로부터 주민을 철수시키는 공도(空島) 정책을 시행하였다. 이 시기에 서산·당진 일대도 왜구의 약탈 대상이었다.

불교는 삼세인과(三世因果)를 두려워한다. 일단 관음상은 일본 대마도 관음사에 돌려준다. 현세(現世)에 훔친 것이므로. 그다음에 대마도 관음사는 서산 부석사 측에 되돌려 주는 게 맞는다고 본다. 600여 년 전이라는 전세(前世)에 훔쳐온 것이므로. 이렇게 해서 전·현세 인과를 정리하면 어떨까 싶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