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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한국 대표팀은 메이저리거와 국내 에이스급 선수들이 구단 반대와 부상 등으로 대거 빠진 탓에 '역대 최약체'라는 혹평에 시달렸다. 최근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요미우리 자이언츠,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와 벌인 평가전에서도 모두 패해 '우려가 현실'이 되는 듯했다.

하지만 한국은 25~26일 치른 평가전에서 '강호' 쿠바를 상대로 2연승을 거두며 본대회 기대감을 키웠다. 한국은 지난 25일 1차 평가전에서 6대1로 이긴 데 이어 26일 2차전에서는 7대6 역전승을 거뒀다. 일본 전지훈련에서 잠잠했던 타선이 본경기가 열릴 고척돔에서 살아난 덕분이었다.

타석에서 가장 돋보인 선수는 손아섭(롯데)이었다. 쿠바전 첫날 솔로 홈런포를 쏘아 올린 그는 2차전에선 6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장해 5타수 4안타 2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승선 불발로 뒤늦게 대표팀에 합류한 손아섭은 애초 대타나 대주자 정도의 역할이 기대됐다. 연이틀 불방망이를 뽐내자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최형우(KIA)·이용규(한화)·민병헌(두산)으로만 외야를 구성할 필요는 없다"며 "손아섭까지 포함해 당일 가장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선발로 내보내겠다"며 무한 경쟁을 예고했다.

중심 타선인 김태균(한화)과 이대호(롯데)는 2차전에서 부진했으나 1차전에서 날카로운 스윙을 뽐냈다. 특히 6년 만에 KBO리그에 복귀한 이대호는 홈런성 타구를 날리는 등 컨디션이 올라오고 있음을 보여줬다. 다만 처음 국가대표로 뽑힌 최형우는 오키나와 전지훈련부터 이날까지 11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그가 김태균·이대호와 함께 중심 타선에서 힘을 내줘야 득점이 쉬워진다.

두 차례 '모의고사'에서 대표팀 마운드 '원투 펀치'인 장원준(두산)과 양현종(KIA)은 희비가 엇갈렸다. 1차전 선발 장원준은 4이닝 3피안타 무실점 투구로 좋은 컨디션을 보였다. 반면 2차전 선발인 양현종은 직구 구속이 145㎞에 이르렀음에도 변화구 제구에 애를 먹으며 3이닝 2실점했다. 3차전 선발 후보 중 하나인 이대은(경찰청)도 좀처럼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 장시환(KT) 등 일부 불펜 투수도 아직 몸이 완전히 만들어지지 않은 모습이다.

다음 달 7일 일본과 WBC 첫 경기를 벌이는 쿠바의 카를로스 마르티 감독은 "한국에는 수준 높은 선수가 많다. 특히 멀리 치는 타격을 하는 팀"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한국은 28일 호주와 3차 평가전을 치른다. 서울 고척돔에서 치를 WBC 1라운드 A조 경기는 오는 3월 6일 한국-이스라엘전으로 막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