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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안희정 후보가 이른바 '선의(善意)' 발언 등으로 야권 지지층에서 공격을 받고 지지율이 정체·하락하자 '좌(左) 클릭'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안 후보는 26일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과의 간담회에서 "국민이 명령한 적폐 청산과 관련해 검찰, 언론, 재벌, 사학(私學), 청와대의 제왕적 권력 체제라고 하는 5개 분야의 대표적 적폐를 어떻게 청산할지도 고민했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그동안 문재인 후보의 '대청소' '적폐 청산' 주장과 다른 '대연정' 등으로 차별화를 했지만, 이날은 '적폐 청산'을 앞에 내세운 것이다.

안 후보는 지난 24일 전남에서는 "오직 민주주의와 헌법 정신으로 헌법을 유린한 모든 낡은 정치 세력을 일소하겠다"며 "헌법을 강조하면서 대화와 통합을 얘기하는 것과 정의를 세우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했었다. 안 후보는 지난 22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는 '탄핵이 기각되면 승복하겠는가'라는 질문에 "국민의 상실감을 생각하면 '당연히 존중해야죠'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답했었다. 안 후보는 촛불 시위가 한창이던 작년 12월 "대중의 분노로 작두를 타면 한 시대를 폭력의 시대로 만든다"며 냉정한 대응을 요구했었다.

정치권에선 그간 중도·보수층을 겨냥해왔던 안 후보가 '좌클릭'을 시도하며 기존 야당 지지층의 마음을 잡으려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한 야당 관계자는 "'선의' 발언이 논란이 된 이후 친문 지지자를 중심으로 안 후보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며 "당 지지자들이 주로 참여하게 될 당내 경선 특성상 '산토끼'보다는 '집토끼'를 신경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안 후보가 이날 당 강령을 언급한 이유도 최근 "자유한국당과 민주당 강령집에 별 차이가 없다"고 한 데 대한 당내의 비판적 반응을 의식했기 때문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안 후보는 이날 민주연구원 간담회에서 "후보의 집권이 아닌 당의 승리, 당의 집권이 돼야 한다"면서 "2017년 우리 당의 대선 공약과 강령을 더 잘 숙지해 당의 강령과 기조를 국민과 공유하기 위해 노력하는 후보가 되고자 한다"고 했다.

다만 안 후보는 이날 비공개 간담회에서 "진영 구도를 재편하겠다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며 "탄핵 이후엔 국민께서 저의 진의(眞意)를 알아주실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안 후보 측 정재호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안 후보가 그간 민주주의·법치주의 같은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를 강조하지 않아서 마치 그것을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았다"며 "'적폐 청산'은 그런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한 발언일 뿐 표(票)나 여론의 유불리를 계산하고 한 말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안 후보는 25일 '전북기자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눈물을 흘렸다. '안 지사가 노 전 대통령이 수사받을 때 무엇을 했느냐'고 언급한 노 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 변호사 글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답하는 과정에서였다. 안 후보는 이에 대해 토론회에서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고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2009년까지 노 전 대통령과 이광재 전 강원지사와 저는 샅샅이 당했다"며 "제가 (노 전 대통령) 곁에 가고자 해도 못 가던 형편이었다"고 했다. 이어 "한번은 하도 걱정돼 봉하에 찾아뵀는데 진영읍에 내렸다가 대통령께서 '자네나 나나 득이 될 게 없으니 돌아가라'고 해서 돌아온 적도 있다"며 "그 시대를 제가 그런…"이라고 하다가 눈물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