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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의 최종 목표는 일자리 창출이다. 빈부 격차도 큰 문제이지만 실업보다 중요하지는 않다. 그래서 세계 각국 지도자들은 일자리 창출을 경제 운용의 최고 과제로 삼고 있다. 다만 세계경제가 전대미문 현상을 보이고 있어서 지도자들도 비정상적 방식으로 이 과제에 도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때 미국의 영화(榮華)를 대변한 자동차·철강 공장의 중산층 백인들에게 일자리를 되찾아주겠다며 '위압 정치'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미국·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워 불법 이민을 막고, 전 세계 기업인들을 힘으로 눌러가며 '미국 물건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라'고 외친다. 미국·유럽·일본 기업인뿐 아니라 마윈 알리바바 그룹 회장 같은 중국 기업인까지 투항했다. 트럼프 방식은 경제학으로는 잘 설명되지 않는 정치 논리이지만, 당장 일자리를 얻는 미국인들은 상당히 고마워할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로 세계 무역이 격감하자 중국 수출 부문에서 대규모 실업이 발생할까 봐 노심초사했다. 그는 내수를 키워 성장률을 높이고 실업자를 흡수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달성을 위해 '공포 정치'를 하고 있다. 주가가 하락할 때 시장 논리에 따라 공(空)매도를 해 이익을 본 증권사 사장은 주가 급락 주범으로 지목해 감옥에 집어넣는다. 시 주석이 경제성장률 목표를 7%라고 언급하면 국가통계국장은 몇 달 뒤 신기하게도 꼭 맞는 실적치를 내놓는다.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황제'에게 수사, 수감, 해임은 하찮은 일일 것이다. 시 주석의 공포 정치 속에서 막대한 부채 덩어리인 중국 경제는 그럭저럭 굴러가고 실업난도 폭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반해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파격 정치' 스타일이다. 그는 기업인을 위협하거나 경제인을 감옥에 넣지는 않는다. 대신 전례 없는 정책을 쓴다. '마이너스 금리' '야근 금지' '노인 기준 연령 연장' 같은 조치로 경제 활력을 살리고, 비정규직 일자리도 늘리고 있다.

지금 한국 경제에는 세 가지 거센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첫째는 멀리 태평양 건너에서 동해로 질주해오는 백악관풍(風). 그동안 철석같이 믿었던 미국의 경제정책을 예전처럼 신뢰하기 어렵다. 둘째, 베이징에서 서해를 넘어 덮쳐오는 중난하이풍(中南海風). 사드를 계기로 불거진 중국의 한국 기업 보복은 한국 경제의 매력이 그만큼 떨어졌기 때문이다. 셋째는 탄핵 사태로 촉발된 여의도풍(風). 차기 대선 후보 구도가 한쪽 쏠림이 심한 데다 경제 공약을 제대로 비교 검증할 시간도 없다.

이런 와중에 공무원들은 '최순실 사태' 이후 "일을 하면 직권 남용이요, 일하지 않으면 직무 유기가 되는 세상이니 하던 일만 반복하는 것이 정답"이라며 잔뜩 웅크리고 있다. 실무에 밝은 지도자가 일일이 지시하고 챙겨야 겨우 나라 살림이 돌아갈 판이다.

여론조사 1위인 문재인 후보는 당선되면 외풍을 잘 막아내고 일자리 창출에 성공할 수 있을까. 공수부대·법률가 출신인 문 후보는 위압·공포 스타일에 맞는 총(군경)과 칼(검찰)을 잘 다룰 수 있을지 모른다. 다만 '최순실 사태' 이후 이 스타일은 통하기 어렵게 됐다. 그렇다면 파격 스타일에 필요한 금리포(砲), 환율 미사일은 능수능란하게 쓸 수 있을까. 기고자 : 김기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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