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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구조 개편 논의는 결국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더 잘 보장하는 수단을 찾는 것입니다. 개헌의 '목적'이랄 수 있는 기본권 강화에 대한 내용이 빠져선 안 되지요."

지난 22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난 이성호(60) 국가인권위원장은 "개헌 문제가 권력 구조 개편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현행 헌법이 만들어진 1987년 이후 30년간 사회 변화상을 반영해 새로운 기본권 규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15년 8월 취임한 이 위원장은 30년간 판사로 근무한 정통 법관 출신이다. 황우석 박사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과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 등을 담당했다. 사회적 약자의 의견을 경청하고 소통에 뛰어나다는 평을 받았다. 2009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시절엔 1980년대 용공 조작 사건인 '아람회' 피해자들의 재심 사건에서 전원 무죄를 선고하며 "선배 판사들을 대신해 잘못된 과거에 대해 사과한다"고 해 화제가 됐다.

이 위원장은 "인권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 권리, 즉 자유롭고 평등하게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라며 "새 헌법은 인권의 가치를 명시해 인권 보장을 헌법의 중요한 정신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 규정돼야 할 기본권으론 아동·장애인·노인 인권을 꼽았다. 그는 "헌법은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구현될 수 있는 약속이 돼야 한다"며 "아동과 장애인 등 약자의 인권부터 헌법 차원으로 보장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전체 장애인 중 90%가 후천적 사고로 인한 거예요.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보장하는 건 '자신을 위한 보험'이에요."

이 위원장은 큰 현안 중 하나로 노인 문제를 꼽았다. 우리나라는 만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12년 11.7%에서 2014년 12.7%, 지난해 13.5%까지 치솟는 등 급격한 고령화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동시에 노인 자살률(2015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58.6명)과 노인 빈곤율(48.6%)은 OECD 국가 중 1위다. 이 위원장은 "노인 인권 보호를 헌법에 명시한 뒤 사회 각층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져야 할 때"라며 "노인을 복지와 시혜의 대상으로만 볼 게 아니라 권리 주체로서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오는 9월 서울에서 열리는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에서 노인 인권 관련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종합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인권위는 또 올해 6월 영국 런던에서 영국 북한문제의원협회(APPGNK), 유럽북한인권협회(EAHRNK), 세계기독연대(CSW) 등과 함께 북한 인권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이 위원장은 "2015년 서울에 유엔 북한인권사무소가 개설되고 지난해 국회에서 북한인권법이 제정됐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며 "통일을 준비하려면 북한 주민과 북한 이탈 주민의 인권 보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해마다 북한 인권 포럼을 개최하고 북한 인권 실태 조사를 하고 있다.

한편 이 위원장은 새로운 헌법에 인권위 설치 규정을 명시해 인권위를 헌법 기구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인권위는 인사상으로는 행정자치부, 재정상으로는 기획재정부 아래 있다. 이 위원장은 "인사·재정 측면에서 인권위가 완전히 독립해야 정부의 인권 침해 사례도 소신껏 지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기고자 : 이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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