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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남긴 유산으로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해주기를 바랍니다."

이춘계(87) 동국대 명예교수가 27일 남편인 고(故) 최재석(1926~2016) 교수가 생전에 봉직한 고려대를 찾아 부부 소유의 아파트(11억원 상당)를 기부했다. 지난해 10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난 고인의 뜻이었다. 부부는 10여년 전 함께 실버타운에 들어가기 전까지 이 집에서 살았다. 이 명예교수는 "평생 학문에만 전념한 고인은 인문사회학 연구에 열정을 가진 후배들에게 도움과 자극이 되길 바라셨다"고 말했다. 고려대는 기부받은 아파트를 팔아 최 교수가 재직했던 사회학과 학생들을 위한 '최재석장학기금'을 만들 예정이다.

최 교수는 1959년부터 40여년간 한국가족사와 한·일관계사를 연구했다. 고려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자신의 전공 분야인 한국가족사 연구에 천착했다. 조선시대 재산 상속 문서를 분석해 17세기 중반까지 아들딸이 똑같이 상속을 받았다는 '균분(均分) 상속론'을 발표한 것은 큰 업적으로 꼽힌다.

정년퇴직을 6년 앞둔 지난 1985년부터는 고대 일본이 한반도 남부를 통치했다는 '임나일본부설'의 허구성을 파헤치며 고대 한·일(韓日)관계사 연구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관련 논문과 책을 100편 넘게 펴냈다. 일본인 학자들과 일부 국내 학자가 "고대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였다"고 주장했고, 이것이 통설로 받아들여지던 시기였다. 기존 학설과 충돌하는 이론을 내놓고 학자들과 큰 갈등을 겪기도 했다. 그의 제자인 안호용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당시 왜곡된 한·일관계사와 임나일본부설을 믿던 일부 학자가 그분의 연구 성과를 학회지에 싣는 것을 반대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고인도 회고록 '역경의 행운'에서 "내게는 눌린 공처럼 우그러지다가 원상 복귀해 크게 튀어오르는 성질이 있다"며 "학자들과 학설로 대립할수록, 더 연구에 정진할 수 있었다"고 했다.

부부는 슬하에 자식을 두지 않았다. 이 명예교수는 "이번 기부를 통해 수많은 제자를 자식으로 두게 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기고자 : 이동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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