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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바른정당·정의당 등 야(野) 4당은 27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특검 연장 거부에 따라 3월 임시국회에서 새 특검법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법적·현실적으로 실현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야당 내부에서도 "이어질 대선 정국을 고려하면 사실상 특검은 종료될 가능성이 크다"고 하고 있다.

◇與 반대… 국회 통과 어려워

법안은 여야(與野)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상정·처리가 힘들다. 야당들과 달리 특검 연장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자유한국당은 새 특검법 국회 통과에도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럴 경우, 야당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특검법을 여야 합의 없이 재적 의원 5분의 3 합의로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는 신속 대상 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문제다. 이 방법으로 처리하기 위해선 소관 상임위(법사위) 180일, 본회의 60일 등 최장 240일의 숙의 기간이 필요하다. 특검법의 본회의 상정에만 8개월이 걸리는 것이다. 해당 시점에는 특검 수사가 무의미해질 수도 있다.

국회의장의 직권 상정에 기대를 걸어볼 수는 있다. 하지만 법에 규정된 직권상정 요건은 각 교섭단체 대표들과 의장 간 합의, 전시와 같은 국가 비상사태, 천재지변 등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지난 21일에 이어 이날도 특검법 직권상정 불가 방침을 밝혔다. 정 의장은 "황 권한대행의 특검 연장 거부는 대단히 유감스럽지만 국회는 법의 원칙과 절차의 정당성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직권 상정은 안 된다"고 했다. 정 의장 측은 "특검법 직권 상정에 교섭단체 대표 간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자유한국당이나 정 의장이 입장을 바꿔 특검법이 3월 중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도 황 권한대행이 또 한 번 '키'를 쥐게 된다.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검 연장을 거부한 황 권한대행이 특검법을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별로 없다. 그럴 경우, 특검법은 국회로 재부의되지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받아야 통과할 수 있어 '문턱'이 더 높아진다.

◇野에서도 "대선 국면에…"

야당 내에서도 새 특검법 추진에 대해 "현실성이 떨어진다" "정치적 항의 표시 수준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3월 중순 이전에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인용·기각 여부가 결정되는 상황에서 다시 특검법을 놓고 국회에서 여야 간 논란을 벌이는 것 자체가 소모적·정쟁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야당은 박 대통령 탄핵안 인용을 염두에 두고 5월 조기 대선에 대비한 경선 체제에 들어간 상태다. 탄핵이 인용된다면 "대선에 유리하게 활용하려고 특검을 또 추진한다"는 반발이 일 수 있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탄핵안이 인용되면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들어가기 때문에 국회에서 특검법 통과 여부를 놓고 싸울 이유가 사라진다"며 "상당수 의원들은 대선 후보 캠프 활동에 신경 쓰느라 국회 의사일정에 전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당 지도부 의원도 "자유한국당이 새 특검법 국회 통과에 협조할 가능성은 '제로'라고 보고 정 의장 직권 상정만 바라보고 있는데 두 차례나 반대 입장을 밝혔으니 그 또한 어려워 보인다"며 "특검은 여기서 끝난 것으로 봐야할 것 같다"고 했다.

기고자 : 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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