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더불어민주당 개헌파 의원들이 문재인 후보에게 "더 이상 질질 끌지 말고 개헌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가 또 '문자 폭탄'에 시달리고 있다. 비문(非文)이 다수인 개헌파 의원들은 지난달에도 당 연구원이 만든 이른바 '개헌보고서'의 편파성을 비판했다가 친문(親文) 성향 네티즌들에게 '문자 폭탄'을 받아 논란이 됐고, 문 후보가 나서 자제를 촉구하기도 했다. 개헌파 의원들은 27일 "문 후보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민주당판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이라며 "문 후보가 이 문제를 정리하지 않으면 비난 문자를 보낸 이들에 대한 고발까지 검토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 30여명은 지난 23일과 24일 국회에서 워크숍을 열고 문 후보에게 "대선 공약으로 개헌을 명시하라. 개헌 논의에 적극 나서라"고 했다. 이 행사에 참석한 의원들은 김종인, 강창일, 오제세, 변재일, 유승희 의원 등 대부분 비문계였다. 하지만 민주당 개헌파들이 개헌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민주당을 제외한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대선 전 개헌을 추진하기로 하자 문 후보는 "정치인끼리 개헌을 논의하는 건 오만한 태도"라며 '대선 전 개헌'에 선을 그었다.

개헌파 의원들에게 막말 문자 폭탄이 쏟아진 건 이 직후였다. 내용은 "문재인이 권력 잡는 게 배가 아프냐" "내부 분탕질하는 자유한국당 2중대" "권력 나눠 먹을 궁리나 하고 있다" "두 번 다시 표를 주지 않겠다" 등이다. 최명길 의원은 "해도 해도 너무한다"며 "특정 후보와 생각이 다르다고 갈라치기 당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한 개헌파 의원은 "해외 발신번호 등으로 주말 사이 수백 통의 문자가 왔다"며 "조직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문자 폭탄'은 지난해 12월 탄핵 국면에서 '탄핵에 반대하는 의원들'이란 명단이 진보 성향 사이트 등에서 돌면서 시작됐다. 그때만 해도 당시 새누리당·국민의당 등이 대상이었는데, 최근엔 민주당 비문이 '타깃'이 된 것이다. 이번에도 인터넷 사이트 '오늘의 유머' 등에는 개헌파 30여명의 사진 등이 공개됐다. 한 네티즌은 '민주당 의원들 반문질(반문재인 활동) 정리와 통계'란 글에서 의원별로 문 후보에 반대한 횟수와 순위 등을 기록하고 "전체 의원 121명 중 62명(51%)가 반문(反文)에 동참했다"고 쓰기도 했다. 이 글은 조회 수가 1만 건이 넘었고 상당수 민주당 의원도 돌려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비문 의원은 "이런 것이야말로 민주당판 블랙리스트 아니냐"며 "이런 식의 내부 갈등 조장이 심하면 앞으로 어떻게 실명(實名)으로 문 후보를 비판할 수 있겠느냐. 더 이상 문 후보가 나 몰라라 할 게 아니라 정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일부 의원은 문자 발신자들을 고소·고발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후보는 지난달 '개헌보고서' 관련 '문자 폭탄' 논란 때 "동지들에게 절박한 마음으로 호소합니다. 결코 상처를 줘서는 안 되며 생각이 달라도 존중하고 판단이 달라도 배려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며칠 뒤 당원 행사에선 "정치인이라면 그런 문자를 받을 줄도 알아야 한다" "(비난 문자를) 특정인을 위한 행보로 폄하하는 것이 미안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후보 측은 문 후보와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문 후보 측 박광온 수석대변인은 본지 통화에서 "문 후보와 그 사람들의 연관성이 없기 때문에 나설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비문 의원들은 "당내 경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문 후보를 비롯한 당내 대선 주자들이 지지층들에게 자제를 당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