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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하고 귀국한 직후 대만에서 "오는 4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에서 대만이 두 대국의 이익 거래에 '협상 카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중국의 압박이 날로 거세지는 상황에서 대만의 핵심 후원국인 미국 외교사령탑이 중국에서 보인 행보가 대만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 18~19일 중국 방문 당시 "충돌하지 않고(不衝突) 대립하지 않으며(不對抗) 상호 존중하며(相互尊重) 합작공영(合作共榮)이 40년간 미·중 관계의 원칙이었다"는 말을 두 차례 반복했는데, 이는 시진핑 주석이 미국에 요구해온 이른바 '14자(字) 방침'과 같은 내용이다. 대만은 미국이 중국과 충돌하지 않기 위해 대만 후원자 역할을 그만두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대만 연합보 등에 따르면 장샤오웨(張小月) 대만 대륙위원회 주임은 20일 대만 입법원(국회)에 출석해 "미국과 중국이 관계 개선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대만이 양국의 이익 거래를 위한 체스판의 졸(卒)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집권 민진당의 한 의원이 "트럼프·시진핑 회담을 전후로 대만이 거래를 위한 '칩'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 "우리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은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규정한) 대만관계법 등 대만에 대한 과거 약속을 성실히 지켜야 하고, 중국도 대만과 입장이 다르더라도 상호 소통을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만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미국산 첨단 무기 구매 계획이 무산되는 것이다.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에 부정적이던 전임 오바마 정부와 달리, 트럼프 정부는 대만에 최신 미사일 및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판매하는 계획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대만은 미국의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F-35를 구매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홍콩 매체 중평사(中平社)는 "틸러슨 장관의 방중 이후 이 같은 무기 판매안이 미·중 거래 과정에서 무산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중국의 군사적 압력은 도를 더하고 있다. 펑스콴(馮世寬) 대만 국방부장은 이날 입법원에 출석해 "중국 로켓군이 최신형 준중거리 탄도미사일 둥펑(東風·DF)-16을 대만을 겨냥해 배치했다"며 "대만에 대한 중국의 위협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펑 부장은 이날 미사일 배치 위치를 밝히지 않았지만,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대만을 겨냥한 둥펑-16은 대만과 마주 보고 있는 난징(南京) 군구에 배치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2015년 9월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된 둥펑-16은 사정거리가 1000㎞에 이른다. 대만과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 열도), 미군이 주둔하는 일본 오키나와가 사정권이다. SCMP에 따르면 둥펑-16은 중국이 개발한 준중거리 탄도미사일 중 정확도가 가장 뛰어나며 500㎏의 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대만 내에서는 최근 "트럼프의 미국만을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며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외교 다변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만 정부는 특히 일본과 밀착하려고 노력하는 분위기다. 차이잉원 총통은 20일 재일본 대만교민 대표들을 접견한 자리에서 "일본과의 관계는 현 정부의 최우선 사항"이라며 "현 정부 출범 이래 대만과 일본 관계는 가장 중요한 외교 현안의 하나"라고 했다. 일본 역시 중국의 반발에도 일본에 설치된 대(對)대만 외교 창구인 동아시아관계협회의 명칭을 이날 '일본대만교류협회'로 바꾸기로 했다.

기고자 : 이길성 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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