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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과제에 도전한다' 유발 하라리 교수 인터뷰] (下) 불평등과 양극화

"核공포는 전쟁 줄였고, AI 공포는 글로벌 協治 낳을 것"
    어수웅

    발행일 : 2017.03.22 / 문화 A23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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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의 1막에 등장한 총은 3막에서 반드시 발사된다."

    러시아 문호의 이름을 빌려온 '체호프의 법칙'이란 게 있다. 하지만 유발 하라리(41) 히브리대 교수는 체호프의 법칙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했다. 1945년 이래 인류는 이 유혹에 저항하는 법을 배웠고, 냉전의 1막에서 등장한 총은 발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라리 교수는 신작 '호모 데우스'(신이 된 인간)를 통해, 역사에서 계속 수백만 명씩 인류를 죽게 만들었던 굶주림·전염병·전쟁의 3대 공포가 이제 수명을 다했다고 선언한다. 우선 전쟁부터.

    ―중동·아프리카는 여전히 전쟁 중인데, 수명을 다했다니.

    "완전한 해결이 아니라, 관리 가능한 문제가 되었다는 뜻이다. 의심 마라. 나 역시 전쟁 중인 나라에서 살고 있다(웃음). 하지만 2012년 통계로 전 세계, 전쟁에서 죽은 사람이 12만명, 당뇨병으로 죽은 사람이 150만명이다. 설탕은 현재 총알보다 위험하다."

    ―그렇게 자신하는 이유는.

    "물질에서 지식 기반 경제로 세계경제가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유전과 밀밭은 전쟁으로 정복할 수 있지만, 지식은 전쟁으로 정복할 수 없다. 중국이 실리콘밸리에 군대를 보낸다고 치자. 거기 약탈할 실리콘 광산이 있나? 게다가 1945년 이래 핵무기는 초강대국 사이의 전쟁을 집단 자살과도 같은 미친 짓으로 만들었다."

    ―그렇다면 21세기 인류 최우선 과제는.

    "전례 없는 수준의 번영·건강·평화를 얻은 인류의 다음 과제는 불멸(immortality)·행복·신성(deity) 추구가 될 것이다. 노화를 극복하고, 사피엔스는 마침내 신(神)이 되려 할 것이다. 물론 여기서 신은 전지전능한 조물주가 아니다. 헤라클레스의 힘, 아프로디테의 관능, 아테나의 지혜 등 개별 신체 능력을 강화한 그리스의 개별 신들을 뜻한다."

    ―현재 세계 양극화와 불평등을 고려한다면, 너무 한가하고 이상적인 과제 아닐까.

    "기근·역병·전쟁이 덜 일어난다 해도, 선진국의 빈자들과 개발도상국에 사는 수십억 명은 계속해서 가난·질병·폭력에 시달릴 것이다. 물론 이는 명백히 불공정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역사는 그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궁전에 사는 사람들의 의제는 언제나 판잣집에 사는 사람들의 의제와 달랐고, 21세기라고 해서 달라지지는 않는다."

    ―AI로 인한 대량 실직과 관련, '보편적 기본소득'을 대안으로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의미 있는 첫 발자국이다. 하지만 잘 살펴보자. 정말 '보편적'(Universal)인가. 이런 가정을 해 보자. 3D 프린터 기술 덕에 방글라데시 하도급 공장에서 만들던 티셔츠를 뉴욕 본사에서 인간의 노동력 없이 만들 수 있다. 인건비도 필요 없고, 운송비도 획기적 절약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실직한 수천 명의 방글라데시 직원에게 미국 모기업이 기본소득을 주겠는가. No!"

    ―당신의 대안은.

    "우선 전 지구적 관리 체제(Global governance)가 필요하다. 현대는 글로벌 경제 시대지만, 글로벌 정치는 없다. 불평등을 해소하고 양극화를 줄이려면, 개별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이전이라면 기업에 세금을 더 많이 매겨 가난한 사람에게 더 쓰면 됐다. 하지만 지금 그렇게 하면, 그 기업들은 모두 다른 나라로 회사를 옮겨버린다."

    ―미 트럼프 대통령은 그래서 글로벌 경제를 포기하고 있다.

    "경제를 민족주의화하고 있는 거지. 영국의 브렉시트(Brexit)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가. 애플 스마트폰을 중국이나 미얀마 공장이 아니라 미국에서 만든다고 생각해보라.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까. 결국 글로벌 정치의 도입이 시급하다."

    ―각국의 선의(善意)만으로 가능할까.

    "물론 불가능하다. 하지만 핵의 공포가 1945년 이후 전쟁을 막았듯, AI의 공포가 우리로 하여금 전 세계적 협력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고 본다. 결국 필요에 의해 그렇게 될 것이다."

    ―추가적인 실천 방안은.

    "함께 추구해야 될 사안들이 두 가지 있다. 우선 지역공동체를 강화해야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그런데 지난 100년간 지역 커뮤니티가 붕괴했다. 마을, 가족이 함께 무너지는 중이다. 소외와 외로움은 여기서 발생한다. 하지만 인간은 동시에 여러 공동체에 소속될 수 있는 존재. 글로벌 정치와 지역공동체의 동시 강화는 모순되지 않는다."

    ―나머지 하나는.

    "자신의 신체에 대한 친밀감을 회복하는 일이다. 인간은 지난 100년간 자신의 감각을 잃었다. 숲에서 버섯 따 먹던 시절이 그렇게 오래된 게 아니다. 당시의 인간은 호랑이가 나를 습격하지 않을까 예민했고, 버섯에 독은 없을까 민감했다. 시각·청각·후각·촉각·미각…. 지금 남편은 아내가 보낸 이메일을 스마트폰으로 확인하며 대형 마트에서 쇼핑한다. 우리는 몸에 대한 통제력과 감각을 잃었다. 동시에 세계도 함께 잃었다. 전 지구적 정부, 지역공동체, 자신의 신체에 대한 친밀감 회복이 동시에 추구되어야 한다."


    기고자 : 어수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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