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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트럭이 쌩… 등굣길 아이들이 위험하다

어린이 보호구역 곳곳에 공사장… 공사차량·건설자재 인도 점령…
    주형식 최원국

    발행일 : 2017.04.27 / 사회 A12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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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5일 오전 8시 20분 서울 양천구 신남초등학교 정문에서 150m가량 떨어진 이면도로. 인근 아파트 단지에 사는 학생 100여 명의 통학로인 이 도로변에선 건물 철거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왕복 2차로의 한쪽 차선은 불법 주정차된 차량들로 그득했다. 인도(人道)도 없는 반대편 차선을 초등학생들과 1t 트럭들, 자가용 수십대가 다니고 있었다. 등굣길 학생들은 불안한 눈길로 자주 뒤를 돌아보며 차들을 피했다. 이 학교 4학년 박모(10)군이 뒤에서 달려오는 차를 급히 피하다가 도로 옆 공사장 철골 구조물에 걸려 넘어지면서 병원으로 이송되는 일도 벌어졌다.

    지난 2005년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된 이 학교 일대는 지난 2월부터 철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공사 차량들이 아이들 등굣길을 점령했지만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보행로는 따로 설치되지 않았다. 3학년 정모(9)군은 "트럭이 갑자기 등 뒤에서 앞으로 '쌩' 지나갈 때가 많기 때문에 혹시 부딪힐까 봐 겁이 나서 벽 쪽으로 붙어 다닌다"고 했다.

    같은 날 오후 서울 은평구 녹번초등학교 하굣길 상황도 비슷했다. 학교 정문에서 약 100m 떨어진 곳에서 오피스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데, 학생들이 인도를 점령한 공사 차량과 건설 자재를 피해 차도로 걸어가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도로 폭이 4m 정도인 이면도로엔 공사 차량이 수시로 지나다녔다. 공사 중인 건물에는 건설 자재가 떨어질 때를 대비한 낙하물 방지막 같은 안전장치가 없었다.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마중 나온 학부모 박향희(41)씨는 "매일 등·하교를 함께 하고 있다. 애들은 언제 갑자기 도로로 튀어나갈지 모르기 때문에 같이 있어도 걱정이 돼 손을 꼭 잡고 간다"고 했다.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 벌어지는 각종 공사가 어린이들의 등하굣길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교통사고 위험 등으로부터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유치원·초등학교 출입문에서 반경 300m 이내에 있는 통학로가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된다. 보호구역 안에서는 학생들의 등·하교 시간에 자동차의 통행을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고, 운행 속도도 시속 30㎞ 이내로 낮춰야 한다.

    하지만 서울시 보행정책과 관계자는 "어린이 보호구역은 도로교통법에 따라 주정차 제한과 속도제한 규정만 있을 뿐, 학교 인근 공사장에 대한 안전 관리 규정은 따로 없다"고 했다.

    학교 주변 일부 공사장들은 학생들을 위한 통행로 확보 등 기본적인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고 있다. 인천 서구에 있는 금곡초 학생들도 지난 3월 학교 인근의 아파트 건설 공사 때문에 차도 가장자리로 다녀야 했다. 인도에 공사 자재 등을 쌓아두는 바람에 길이 막힌 데다 공사 차량이 인도를 넘어 들어오는 일도 잦기 때문이다. 학부모 권모(44)씨는 "통행로 확보 등 최소한의 안전 기준도 내팽개치고, 공사만 서둘러 하겠다는 행태에 분통이 터졌다"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2013~2015년 3년간 어린이 보행자 교통사고 1만4340건 중 약 9%(1288건)가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 발생했다. 2013년 427건이던 어린이 보호구역 내 사고는 2015년 541건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구청들은 손놓고 있다. 녹번초등학교가 있는 은평구청 관계자는 "보행로 설치를 고려했으나, 차도 폭이 4m 에 불과해 현실적으로 설치가 어려웠다"고 했다. 신남초등학교가 있는 양천구청 관계자는 "재원이 부족해 통학로 인근 공사장의 철제 가림막을 설치하지 못했는데, 조만간 설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기고자 : 주형식 최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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