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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광복절 경축사는 대한민국 건국 기점(起點) '대못 박기'였다. 문 대통령은 여기서 "2년 후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라고 했다. 이에 관한 인터넷 기사 댓글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게 있었다. "그럼 제헌절도 7월 17일에서 4월 11일로 바꾸어야겠네?" 4월 11일은 상해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임시 헌장(憲章)'을 공포한 날이다. 임시정부 수립이 건국이라면 임시헌법 제정을 '제헌(制憲)'으로 봐야 하느냐며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설마 했는데 웃을 수만은 없을 것 같다.

▶한 여당 국회의원이 10월 21일 경찰의 날을 11월 5일로 변경하는 경찰청법 개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한다. 10월 21일은 1945년 미 군정청 경무국이 설치된 날이다. 경희궁 앞 경찰박물관 설명문도 '이날 국립경찰이 창설됐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11월 5일은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임시관제(官制)'가 공포된 날이다. 여기에 경무국이 들어있다. 이 의원은 "경찰의 효시가 임시정부에 있음을 명확히 해 경찰의 역사적 정체성과 자긍심을 회복하기 위해"라고 밝혔다.

▶10월 1일 국군의 날을 9월 17일로 바꾸려는 움직임도 있다. 10월 1일은 6·25 때 국군이 최초로 삼팔선을 넘어 북진한 날이다. 육·해·공군 3군 체제가 자리 잡은 날이기도 하다. 이날을 1940년 9월 17일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광복군을 창설한 날로 바꾸자는 것이다.

▶임시정부의 초대 경무국장은 백범 김구 선생이었다. '백범일지'에 따르면 당시 경무국 인원은 20여 명이었다고 한다. 이들의 임무는 주로 "일본의 정탐을 방지하고, 독립운동가의 투항 여부를 정찰하는 일'이었다. 규모는 작았지만 남의 나라를 전전하는 어려운 처지에 경찰 조직까지 만든 선열(先烈)들의 투쟁 의지에 고개가 숙여진다. 광복군을 창설해 본토 침공까지 계획한 높은 뜻도 기려야 마땅하다.

▶그렇다 해도 5년 임기 정권 한번 잡았다고 70년 이어져 온 경찰의 날과 국군의 날을 바꿀 수 있나. 기념일 제정엔 그만한 이유가 있고, 한번 만들어진 기념일은 그 자체가 하나의 역사가 된다. 경찰이나 군의 뿌리를 바꾸려는 의도가 뭔지 짐작은 간다. 그러나 군과 경찰의 영예가 대한민국사의 한 부분이듯이 그들의 오욕(汚辱) 역시 대한민국 역사의 한 부분이다. 잘못은 바로잡으면 된다. 정치 세력이 국가 기념일마저 제 입맛에 맞게 바꾸면 기념일이 5년마다 바뀌는 일까지 벌어질 것이다. 기고자 : 김태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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