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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여부를 1차 판단하는 금융위원회 산하 감리위원회가 17일 첫 회의를 열기도 전에 '공정성' 시비에 휩싸였다.

작년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조사를 금융감독원에 요청했던 시민단체 참여연대가 지난 1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정성에 심각한 의혹이 제기된 감리위원 2명을 배제하라"며 금융위를 공개 압박한 것이다. 이에 금융위는 15일 긴급 브리핑을 통해 "(참여연대가 지적한) 감리위원 2명은 배제될 이유가 없다"고 정면 반박했다.

◇참여연대 "감리위원 2명 배제해야", 금융위 "공정성 문제없어"

감리위원회는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자문기구이며, 분식 회계 여부를 심판할 때 3심제 재판의 1심과 비슷한 기능을 한다. 감리위 심의 결과가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증권선물위원회, 금융위원회를 차례로 거치면서 제재 여부는 물론 임원 검찰 고발, 해임 권고, 과징금 부과 등 제재 수위가 확정된다.

감리위는 증선위 상임위원, 공인회계사회 회계감사위탁감리위원장, 금감원 전문심의위원, 변호사, 회계 전문가 등 9명으로 구성된다.

참여연대는 이 가운데 김학수 증선위 상임위원과 회계사회 위탁감리위원장을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김 위원이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이던 2015년 거래소 상장 규정을 개정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손쉽게 상장될 수 있도록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회계사회가 2016년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감리를 하면서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에 회계사회 위탁감리위원장은 이번 감리위에서 빠져야 한다는 게 참여연대 주장이다.

이에 금융위는 15일 긴급 브리핑에서 "두 위원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며 참여연대 요구를 거절했다. 김 위원의 상장 규정 개정은 정당한 업무 수행이었고, 회계사회 위탁감리위원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감리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회계 전문가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의혹을 제기한 참여연대가 금융위 제재를 이끌어내기 위해 첫 단계인 감리위에서 자신의 입맛에 안 맞는 인사들을 솎아내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금융위 "정상적 운영 차질 우려"

금융위는 이날 참여연대의 공정성 확보 요구 가운데 '감리위원 2명 배제'를 제외한 나머지에 대해서는 일부 수용했다. '밀실 감리'를 막기 위해 감리위 전 과정을 녹취·보관해야 한다는 참여연대 주장에 대해,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감리위는 속기록 작성 의무가 없지만 이번 건에 대해서는 모든 내용을 속기록으로 작성해 남겨두겠다"고 밝혔다. 나중에 국회 등에서 요구할 경우 공개할 수 있다는 취지이다.

하지만 김 부위원장은 "시민단체 등이 감리위 세부 운영 방식에 대해서까지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정상적 회의 운영에 차질이 초래될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면서 '불편한 속내'를 내비쳤다.

이와 관련, 금융권에서는 '금융위가 사면초가에 빠졌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번 정부 실세 여러 명을 배출한 참여연대에 이어 여당 의원까지 금융위 압박에 가세한 것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감리위나 증선위가) 각종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해 청문회나 더 나아가서는 국정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사자인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조사 절차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나타냈다. 이날 회사 홈페이지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가 규정 위반 행위라는 구체적인 근거와 사실에 대해 언급이 없어 17일 감리위를 앞두고 정당한 방어권 행사에 심각한 제한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 안팎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여부 판단을 앞두고 '금융위 흔들기'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반응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