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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금리)은 지난달 25일 2014년 1월 이후 4년여 만에 처음으로 연 3%를 넘어섰다.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글로벌 시장의 대표 금리다. 지난 3월 미국이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데 이어 올해 안에 세 번 금리를 더 올릴 것이란 전망이 시장에 확산되자 금리 상승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동시에 달러도 강세로 돌아섰다. 지난 4월 초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90.0457에서 최근 93을 넘어섰다. 한 달 새 달러 가치가 3% 넘게 뛰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초 배럴당 60달러선에서 움직이던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최근 70달러를 넘어섰다. 국제 유가는 달러로 표시되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 유가는 명목상 하락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엔 달러 가치와 유가가 이례적으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이 이란 핵협정에서 탈퇴하면서 이란산 원유 공급이 부족해질 것이란 우려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유가는 3년6개월 만에 최고치다.

금리와 유가, 달러 가치가 일제히 상승하는 이른바 '3고(高) 현상'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하면서 '6월 위기설'까지 회자한다.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서 물가를 끌어올리고, 이로 인해 미국 금리 인상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달러 강세가 계속되면서 신흥국 시장에 투자한 외국 자본이 빠져나온다는 시나리오다. 실제로 최근 아르헨티나는 페소화의 가치가 8% 넘게 급락했고, 이를 막기 위해 일주일 새 기준 금리를 12.75%나 올렸지만 효과가 없었다. 결국 아르헨티나는 국제통화기금(IMF)에 300억달러(약 32조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아르헨티나 외에도 터키·브라질·러시아 등 신흥국들도 최근 한 달 새 통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위기설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금융시장이 혼란한 가운데 투자자들의 고민은 깊어져 가고 있다. 어디에 투자하고, 어디에 투자하지 말아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다. 고민하는 투자자들을 위해 5개 은행의 대표 PB(자산 관리 전문가)에게 '3고(高·고금리, 강달러, 고유가) 시대' 투자법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 "선진국과 한국·중국 주식 꼭 담아라"

현재 상황에서 투자할 만한 곳으로 미국·유럽 등 선진국 주식을 꼽는 PB가 많았다. 이원휴 KEB하나은행 한남1동 골드클럽 PB팀장은 "미국과 유럽 기업의 성장이 이어지고 있고, 고용과 소비 시장도 개선되고 있다"고 했다. 한국 증시에 투자하라는 의견도 많았다. 김현식 KB국민은행 PB팀장(WM스타자문단)은 제조업에 강점이 있고, 통화가 안정된 한국 주식 등 아시아 국가의 주식을 추천했다. 그는 "경제성장을 이어갈 '기초 체력'(펀더멘털)이 튼튼하기 때문에 외국인이 굳이 투자금을 빼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형리 NH농협은행 WM연금부 차장은 "1분기에 저점을 찍은 국내 대형주들의 실적이 2~3분기에 개선될 것으로 본다"면서 "국내 대형주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펀더멘털이 튼튼한 것은 물론 남북, 북·미 정상회담 등 '모멘텀' 때문에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정애 신한은행 PWM분당중앙센터 부지점장(PB)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가 여전하고 글로벌 기업 대비 저평가돼 있어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원휴 팀장은 "남북 화해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외국 투자자들이 분단을 이유로 우리나라 기업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것)'가 해소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면서 "코스닥벤처펀드를 비롯해 정부의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안으로 증시에 자금이 유입될 것이란 기대도 여전하다"고 말했다. 중국의 MSCI신흥국지수 편입(이원휴 팀장, 조현수 팀장)이나 기업 실적 개선, 긴축 정책 완화(김형리 차장) 등을 이유로 중국 주식 투자를 추천하는 PB도 있었다.

다만 PB들은 금융시장이 불안한 시기이므로 유망한 주식도 나눠 사는 식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형리 차장은 "주식에 투자할 때 지수의 흐름을 지켜보고 분할 매수해야 한다"고 했다. 이원휴 팀장은 "불안 요소가 여전하므로 시장 상황에 맞게 적당히 가격이 올랐을 때 팔고 저점에 다시 사는 '박스권 트레이딩 전략'을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조현수 팀장은 "증시의 변동성이 높은 상태에서도 큰 걱정 없는 ELS(주가연계증권) 투자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 "불안한 신흥국, 부동산 투자 피하라"

반면 PB들은 금리 상승기엔 '재미'를 못 보는 국내외 채권 투자는 피하라고 조언했다. 보통 금리와 채권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역시 금리 상승기에 투자 매력이 떨어지는 부동산 투자도 피하라는 게 PB들의 조언이다. 부동산에 투자할 땐 대출을 끼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은데, 금리가 오르면 은행에 내야 할 대출이자가 늘면서 손에 쥐는 돈이 줄기 때문이다. 이원휴 팀장은 "각종 부동산 관련 규제 강화로 투지 심리가 얼어붙을 가능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경제 상황이 불안한 신흥국 주식도 피하라고 했다. 김현식 팀장은 "신흥국 가운데 브라질·아르헨티나·터키 등은 통화의 안정성이 떨어지므로 투자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했고, 김정애 부지점장도 "금융시장이 불안한 신흥국에서는 미국이 금리를 더 올리면서 자본이 빠져나갈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리·유가·달러 등 3고(高) 자산 투자를 피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김형리 차장은 "금리·유가·달러 가치가 상승하면서 이 자산들이 유망하다고 생각해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이 자산들은 변동성이 커지기 때문에 그만큼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래픽] 은행 대표 PB 5명이 말하는 3高 시대 투자법 기고자 : 안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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