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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이 생명입니다] (2부-1) 재활용, 변화의 시작

    채성진 기자 이동휘 기자 이영빈 기자

    발행일 : 2018.06.26 / 종합 A1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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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븐일레븐의 결단… 컵 6000만개 재활용 위해 상표 뺀다
    인쇄된 페트컵은 재활용 안돼
    브랜드 마케팅 과감히 포기… 내달부터 투명컵으로 교체

    낮 기온이 섭씨 32도를 오르내린 지난 22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의 세븐일레븐 편의점. 손님들이 편의점 냉동실에서 '아이스(ice)컵'을 꺼내 들었다. 투명한 일회용 페트컵에 얼음이 담겨 커피나 음료를 부어 차갑게 마시도록 만든 제품이다. 세븐일레븐을 비롯한 전국 5대 편의점 4만여곳 매장에서 각자 자사 브랜드의 아이스컵 제품을 판다. 한 해 소비되는 아이스컵만 총 3억개가 넘는다.

    이날 세종대로 편의점 박윤정(26) 부점장은 세븐일레븐 본사가 최근 제작한 '민짜 아이스컵'을 꺼냈다. 기존 제품과 달리 세븐일레븐을 상징하는 숫자 7과 '세븐카페' 로고가 없다. 컵 옆면에 찍혀 있던 바코드는 컵 상단에 붙인 비닐에 별도 인쇄했다. 박 부점장은 "다른 편의점 제품과 달리 아이스컵 본체에서 로고 등을 완전히 제거한 게 특징"이라고 했다.

    세븐일레븐이 전국 9400여 매장에서 재활용이 쉬운 '친환경 아이스컵'을 판매할 것이라고 25일 밝혔다. 다음 달 초까지 서울 지역 10개 직영 점포에서 시범 도입한 뒤 이르면 8월부터 전국의 모든 점포로 확대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대형 편의점 가운데 표면에 아무것도 인쇄되지 않은 투명 아이스컵을 도입하는 곳은 세븐일레븐이 처음이다.

    5대 편의점 아이스컵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8월 두 달간 약 1억3000만개가 팔려나간다. 다른 계절까지 포함하면 3억개가 넘는다. 그러나 재활용 업체에서는 이 컵들을 재활용하지 않고 대부분 종량제 봉투에 넣어 소각하거나 매립 처리한다. 재활용을 하려면 컵 표면에 인쇄된 브랜드나 기업 로고 등을 지워야 하는데, 그러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에서다.

    세븐일레븐에서 한 해 팔리는 아이스컵은 약 6000만개다. 기업 로고를 삭제한 '민짜 아이스컵'은 마케팅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승인 세븐일레븐 대표는 "재활용하기 쉬운 아이스컵을 도입하면 브랜드 노출 효과가 떨어진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면서도 "환경 살리기에 동참해 사회적 역할을 다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 결단했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은 올여름 수요에 대비해 이미 제작한 아이스컵이 소진되는 대로 로고를 없앤 친환경 아이스컵을 전국 매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직장인 이모(31)씨는 25일 서울 중구 CU 편의점에서 봉지에 담긴 커피와 아이스컵을 구입했다. 그는 "아이스컵은 600원이고 커피나 음료는 1000~1500원 정도"라며 "한 잔에 4000원이 넘는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음료보다 저렴해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이씨가 구입한 아이스컵에는 'delaffe'라는 흰색 글씨가 지름 1㎝ 굵기로 인쇄됐고, 글자 테두리를 검은색 선이 감싸고 있었다. 보라색 사각형 이미지도 함께 인쇄돼 있다. 전국에 1만2800개 매장이 있는 CU 편의점에선 연간 약 1억2000만개 아이스컵이 팔린다.

    인근에 위치한 GS25 편의점 냉동고 안에는 하늘색과 빨강, 파란색으로 알록달록하게 브랜드가 인쇄된 아이스컵이 가득했다.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로고 등이 화려한 색상으로 인쇄돼 있다. 전국 1만2700여 GS25 매장에선 연간 9500만개의 아이스컵이 판매된다. 이마트24와 미니스톱 편의점에서도 각각 연간 판매량이 1000만개와 1840만개나 된다.

    아이스컵은 특히 여름철이면 편의점에서 가장 많이 팔려나가는 대표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업체들은 아이스컵에 부어 마시는 자체 브랜드(PB) 음료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시장을 키우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연간 3억개 넘게 팔리는 아이스컵 대부분이 원천적으로 재활용을 방해하는 제품이라는 점이다. 한 편의점 직원은 "요즘 하루 판매하는 아이스컵이 100개가 넘는다"며 "딱 10분 마시고 버려지는 수많은 컵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재활용 업체를 찾아 직접 궁금증을 풀어봤다. 지난 22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한 재활용 업체. 공장 입구에는 일회용 컵 수백 개를 가로·세로·높이 각 75㎝로 압축한 정육면체 모양의 덩어리 50여 개가 쌓여 있었다. 압축되지 않은 페트컵을 담은 커다란 마대 수십 개도 보였다. 이 페트컵은 길이 20m짜리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분쇄기로 들어간 뒤 1시간여 만에 손톱만 한 크기로 잘게 파쇄됐다. 조각 상당수에는 갖가지 색깔로 인쇄된 브랜드 로고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이렇게 파쇄된 페트는 다시 별도 재활용 공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공장 관리자는 "잉크를 녹여내는 화학 성분이 든 끓는 물 속에 조각들을 쏟아붓고 2시간 정도 색을 빼내야 한다"면서 "이렇게 탈색 작업을 해도 페트컵에 인쇄된 색깔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탈색 작업이 끝난 페트 조각들은 다시 물에 씻기고 말리는 세척·건조 과정을 거쳐 솜 등을 만드는 원료로 사용된다.

    탈색하는 데 들어가는 화학약품을 쓸 필요가 없어 수질오염을 줄일 수도 있다. 재활용 업체로서는 투명한 페트컵을 재활용하면 순도가 높은 제품 생산이 가능해 인쇄된 페트 제품보다 단가를 1.5배 이상 높게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전국 편의점에서 배출되는 연간 3억개 아이스컵 대부분은 소각 또는 매립되고 있다. 소각을 하면 대기오염 물질이, 매립하면 길게는 수백 년간 썩지 않은 채로 토양을 오염시키게 된다. 인천 서구 재활용품 수거 업체 대표 전모씨는 "수거한 아이스컵을 1차적으로 골라내는 과정에서 표면에 뭔가 인쇄된 일회용 페트컵 대부분은 일반 쓰레기와 함께 폐기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로고 등이 인쇄된 컵을 일일이 분리하고 세척해 재활용 업체로 보내는 것보다 그냥 버리는 것이 낫다는 얘기다.

    전씨는 "일부 업체에서 아무것도 인쇄하지 않은 일회용 컵을 도입한다고 해도 이것을 골라내는 데 적잖은 시간과 인력이 든다"며 "많은 업체가 동참해 적어도 절반 이상이 재활용이 가능한 투명 아이스컵 제품을 쓰면 수거도 잘되고 재활용도 원활해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세븐일레븐을 제외한 나머지 편의점들은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상태다. 기사 A4·5면

    [그래픽] 국내 5대 편의점 매장 아이스컵 연간 판매량
    기고자 : 채성진 기자 이동휘 기자 이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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