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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두 나라는 치킨게임형 협상을 해왔다. 절벽 위 외나무다리에서 마주 보고 치닫는 것처럼 '갈 데까지 가보자'라고 기(氣)싸움을 하는데, 승패는 두 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우선, 지도자의 승부 근성이다. 공산당에서 영구 집권의 틀을 마련한 시진핑의 승부 근성도 대단하지만 '협상의 기술'에서 밝혔듯이 상대가 대들면 강하게 후려치는 트럼프의 '파이트-백(fight back)'도 만만찮다. 또 하나는 치킨게임을 하며 치러야 할 국내의 경제·사회적 비용과 정치적 지지이다. 알다시피 미국 경제는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중국 때리기'에 대한 미국 내 정치적 지지는 탄탄하다. 민주당조차 지지한다. 그런데 잘나가던 중국 경제는 휘청거리고 있다. 자칫 5·6% 성장 목표를 달성 못 하면 공산당 일당 체제에서 정치적 타격이 크다. "왜 덩샤오핑의 도광양회 유훈을 지키지 않고 미국을 자극했냐"는 비판이 벌써 흘러나온다.
유리한 고지에서 트럼프는 '내년 초부터 2000억달러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올리겠다'고 계속 으름장을 놓았다. 다급한 시 주석이 G20 회담에서 이 위협 전략에 말려들어 "성실히 협상할 터이니 25% 관세 부과만 90일 미루어 달라"고 했다. 그로선 굴욕이다. 미국의 위협에 처음으로 대응 보복하지 못한 것이다. 지난 10일 류허 부총리가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전화를 해 90일 협상의 물꼬를 텄다. 미국산 자동차 관세 인하와 농산물 대거 수입 같은 화해의 제스처를 보냈다.
이는 공산당이 즐겨 쓰는 '원칙합의(agreement in principle) 협상 전략'이다. 그럴듯한 '미끼'를 던져 상대의 마음을 사고 난 후, 질질 끌며 치고받는 살라미 협상을 펼치는 것이다. 베이징은 작년 4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이 전략으로 재미를 봤다. '100일 계획'을 세워 대미 흑자를 줄이겠다고 약속해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했다. 그러나 무역수지 개선은커녕 불균형이 더욱 커졌다.
휴전 기간 중 두 나라는 무역수지 불균형, 지식재산권, 보조금 같은 중국의 산업 육성 정책까지 협상해야 한다. 절대 90일 만에 만족스럽게 타결될 수 없다. 특히 트럼프가 공격하는 '중국 제조 2025'는 위대한 중화 민족 구현을 위한 핵심으로 시 주석이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다. 류허 부총리가 워싱턴과 호의적 협상 분위기를 만들려는데, 다른 한편에서 양국은 불꽃 튀는 기싸움을 하고 있다. 중국산 5G 통신 장비 사용 금지, 화웨이 간부의 캐나다 구금에 맞서 중국 법원이 아이폰 일부 기종의 판매 금지 조치를 내렸다. 중국인 사이에 미국 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관세 전쟁을 넘어 미·중 무역 전쟁의 전선(戰線)이 넓어지고 있다.
러시아 스캔들에 시달리는 트럼프도 문제지만 시진핑의 국내 정치적 입장도 매우 난처하다. 이달 초 G20 회담 후 '미국이 더 이상 새로운 관세 부과를 하지 않기로 했다'는 아전인수 격 승전보를 국민에게 전달했기 때문이다. USTR 역사상 최고 강경파라는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중국이 괄목할 만한 체제 변화로 즉각적인 결과를 도출하지 않으면 내년 3월부터 25% 관세 부과를 하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이런 워싱턴의 압력에 당당히 맞서는 의연한 모습을 중국인들에게 보여주면서 미국을 적당히 달래 내년 3월에 25% 관세가 부과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게 시 주석의 딜레마이다. 결국 두 나라는 이번처럼 잠시 휴전을 하고 숨을 고르다가 다시 싸우는 '스톱-고(stop-go)형 장기적 무역 전쟁'을 벌일 것이다. 기고자 : 안세영 성균관대 특임교수·국제협상학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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