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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당 합의 이틀만에 한발 빼… 3野는 ＂도입 약속 지켜라＂

여야(與野)는 지난 주말 선거제 개편에 관한 합의 사항을 발표했지만 국회 정상화 첫날인 17일부터 엇갈린 주장을 하며 사방으로 충돌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요구하며 단식을 했던 야 3당이 "약속을 했으니 지키라"고 하자, 자유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약속한 것이 아니다"라고 하고,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이 원하는 선거제를 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민주당과 한국당은 다시 권력 구조 개편을 놓고 논쟁을 벌였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처음부터 '합의 아닌 합의'에 불과했고 각 당의 물고 물리는 전쟁은 이제 시작"이라는 말이 나왔다.

당장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여부를 둘러싼 공방이 재점화됐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일부 정치권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사실을 호도하는 것으로 심각한 유감을 표시한다"며 "여러 제도에 대해 열린 자세로 검토하겠다는 합의에 불과하다"고 했다.

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경우 '원포인트 개헌'을 통한 권력 구조 개편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나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문 대통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지지 의사만 표시하는 것은 제왕적 대통령제에 있어 야당 견제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원포인트 개헌을 한다면 의원내각제를 받을 것인지도 의사를 표명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당에서 권력 구조 개편을 거론하자 민주당은 즉각 대응했다. 박광온 최고위원은 이날 당 회의에서 "선거 제도가 권력 구조와 연결되면 녹록지 않은 일들이 발생할 텐데 국민은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거 제도 개편의 기준은 정당의 이해가 아니라 국민의 선택이 돼야 한다"고 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도 "국회에서 논의도 중요하지만 국민이 동의하는 선거제 개편안을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합의를 파기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각론에서 발생할 무수히 많은 쟁점에서 물러설 생각이 없다"고 했다.

여당과 제1 야당에서 합의 사항에 대한 다른 목소리가 나오자 다른 야당들은 이를 싸잡아 비판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벌써부터 한국당과 민주당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정당당하지 못한 목소리"라고 했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은 "국민이 의원내각제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들고나오는 것은 그냥 논의를 올스톱 시키겠다는 말"이라고 했다.

각 당은 새로운 선거법 처리 시기를 두고서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앞서 여야가 선거법 개정안을 1월에 처리하기로 합의했는데, 야 3당은 이를 위해선 12월 안에 합의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정치개혁특위의 민주당 간사인 김종민 의원은 전날(16일) 페이스북을 통해 "12월까지 합의안을 만들자는 것은 졸속 합의를 하자는 말이고 가능하지도 않고 옳지도 않다"며 "비민주적 자세이고 3김 시대에나 가능한 낡은 발상"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1월 선거법 처리와 4월 선거구 획정을 위해선 12월 합의가 필수적"이라며 "집권 정당 간사가 3김 시대를 운운하며 재를 뿌려 아연실색했다"고 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참으로 유감스럽고 개탄스럽다"고 했고,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도 "강력한 투쟁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날 오후 열린 정치개혁특위 간사 협의에서 여야는 1월 말까지 결론을 낼 수 있도록 협의하자고 했지만 구체적 내용에 대한 뚜렷한 합의는 하지 못했다. 기고자 : 박상기 기자 이슬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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