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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학생 숫자는 보도가 안 됐으면 좋겠어요. 우울한 애들이 기사를 보고 자극받을 수도 있고요."

지난달 본지가 지난해 709명의 초·중·고교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시도했고, 144명은 실제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정부 조사 결과를 보도하자 교육부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아이들은 모방 심리가 강하기 때문에 유명인 자살 사건이나 언론 보도가 되레 극단적인 결심을 부추길 수 있다"고 했다.

지난달 24일 통계청이 '2018년 사망원인통계'를 공개했을 때도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비슷한 말을 했다. 작년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1만3670명에 달하고 이것을 인구 10만명당 자살률(26.6명)로 따졌더니 전년보다 10%나 치솟은 것이란 결과가 나왔는데도 그 원인을 "유명인 자살 사건으로 인한 '베르테르 효과(자살 모방)'"라고 한 것이다. 2013년(28.5명) 이후 계속 줄어들던 자살률이 5년 만에 갑자기 증가하고 1년 만에 OECD 회원국 자살률 1위 자리를 되돌려받게 생겼는데도 정부는 이런 한가한 소리를 했다.

모두가 잊고 있지만, '자살 예방과 생명 존중 문화 확산'은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 과제였다. 지난해엔 정부가 '자살 예방 국가행동계획'을 발표하고 "2022년까지 10만명당 자살률을 17명까지 줄이겠다"는 목표까지 세웠다. 하지만 지난해 자살률은 거꾸로 높아졌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학생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표본 조사한 전국 중·고교생 6만40명 중 3.1%가 '지난 1년간 자살을 시도한 적 있다'고 답했는데, 이를 전체 중·고교생(287만명)에 그대로 대입하면 8만명이 넘는다는 추정만 가능할 뿐이다.

인생에서 가장 활력 넘쳐야 할 10~30대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이 많은 사회가 건강할 리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지 정면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 '베르테르 효과'나 '또래 모방'을 운운하고, 유명인의 자살을 탓하고 있다. 자살 사망 사건을 감정적이고 치기 어린 선택으로 보고 꾸짖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러니 정부가 할 수 있는 대책이란 게 유튜브나 소셜미디어를 뒤져 수만 건의 자살·자해 동영상을 삭제하는 데 그친다.

최근 학생 자살이 계속 늘자, 교육부는 뒤늦게 지난 3월에 '24시간 소셜미디어 상담소'를 차렸다. 이 모바일 상담소에 매일 200여명의 학생이 도움을 요청하는 문자를 보낸다고 한다. 열흘이면 2000명, 100일이면 2만명이라는 소리다. "예상보다 너무 많아서 놀랐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처럼 어둡고 슬프고 불편한 현실은 지우고 덮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똑바로 공개하고 조사하고 대책을 구해야 비극적 선택을 막을 수 있다. 기고자 : 박세미 사회정책부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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