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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내수 불황, 인건비 부담
중기의 외국인 구인신청률 2년만에 229%→69% 떨어져

지난달 28일 경기 안산시에 있는 660㎡(200평)짜리 자동차 부품 도금(鍍金) 공장. 마스크에 두건까지 쓴 외국인 근로자들이 방금 표면에 도금 작업을 마친 중전기(重電機) 부품에 스프레이로 물을 뿌리고 있었다. 일이 고된 도금 공장은 내국인이 외면해 외국인 근로자가 많다. 이 회사 사장은 "외국인 직원부터 줄이고 있다. 주문은 주는데 인건비는 올라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작년엔 외국인 근로자 쿼터(11명)를 꽉 채워 고용했지만 지금은 7명만 쓰고 있다. 그는 "주변 도금 공장 서너 곳은 이미 망했다"고 했다.

대한민국 중소기업이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수출·내수 동시 불황에 인건비 급등과 반(反)기업 정서까지 겹치면서 설 자리를 잃는 것이다. 외국인 고용 급감은 중기의 비명이다. 11일 본지가 고용노동부를 통해 올해 1~4차 외국인 근로자 고용 신청을 확인한 결과, 네 차례 모두 미달이었다. 2004년 제도 도입 이래 정원보다 신청이 적은 건(연간 기준) 처음이다. 놀란 고용노동부는 추가 모집을 받고 있다. 한 중기 사장은 "7~8년 전엔 선착순이었던 외국인 근로자 배정을 받기 위해 고용지원센터 앞에서 3박 4일간 풍찬노숙했다"고 말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연간 4만~4만5000명의 외국인 근로자는 고질적인 구인난에 시달리는 중기 제조업을 지탱하는 주요 축"이라며 "이마저도 필요 없다는 건, 공장을 덜 돌리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공장이 멈추면서 국내 중기 제조업의 올해 전체 매출은 IMF 외환 위기 때인 1998년 이후 21년 만에 줄어들 위기에 처했다.

50여년간 한국 경제를 묵묵히 뒷받침해 온 중소기업의 비명은 해외로 탈출하는 중기에서도, 사업을 물려주려다 자녀가 '중기 사장은 싫다'는 바람에 매각하는 곳에서도 들린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중소기업 '힘들다'는 말이 엄살 같으면 현장을 가보라"면서 "그래도 못 믿겠다면 더는 할 말이 없다"고 했다. 기사 A8면

[그래픽] 중소기업 외국인 근로자 신청률(%) 기고자 : 안산=양모듬 기자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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