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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있던 이춘재 수원구치소로 이감… 경찰엔 통보 안해
경찰 ＂당시 수사관·국과수 수사 우리도 진행중인데…＂ 반발

진범 논란을 빚고 있는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당시 수사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증거를 조작한 혐의가 포착돼 검찰이 직접 조사에 들어갔다. 수원지검은 형사6부(옛 특수부) 소속 검사 4명에 추가로 2명의 검사를 투입해 전담팀을 꾸렸다. 또 수사를 위해 이춘재(56)를 부산교도소에서 수원구치소로 이감하고 검찰청사로 부르는 등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진상 규명을 위해 필요할 경우 당시의 검경 수사 라인에 있던 인물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달 안으로 조사를 마치고 법원에 재심과 관련한 의견서를 제출할 방침이다.

수원지검은 11일 공식 브리핑을 갖고 화성 8차 사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황성연 수원지검 전문공보관은 "재심 청구인으로부터 검찰의 직접수사 촉구 의견서를 받고 검토한 결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8차 사건 당시 경찰은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남성 등 수백 명을 대상으로 체모를 채취했으며, 용의자를 좁혀가는 과정에서 국과수로부터 사건 현장 체모의 혈액형(B형)과 형태학적 소견에 대해 회신을 받아 윤모(52)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그의 체모에 대해서만 방사성동위원소 분석을 의뢰했다.

당시 경찰은 윤씨를 범인으로 특정하면서 '과학 수사의 쾌거'라고 주장했다. 윤씨는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20년간 복역했다. 그러나 화성 사건의 범인 이춘재가 자신의 범행이라고 자백하자 윤씨는 무죄를 주장하며 법원에 재심을 청구하고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당시 수사 경찰관들은 강압 수사 의혹에 대해 "국과수의 감정 결과에 확신을 갖고 윤씨를 조사했기 때문에 고문이나 가혹행위를 할 필요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윤씨는 지난달 13일 수원지법에 재심을 청구했으며, 수원지법은 검찰에 재심 청구에 대한 의견 제출을 요구했다. 이진동 수원지검 2차장검사는 "윤씨가 변호인을 통해 '경찰의 수사가 너무 더디다. 과거의 불법 행위 등이 확인됐는데 수사가 안 되고 있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며 "최대한 신속하게 법원에 의견을 전달할 필요가 있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 차장검사는 또 "윤씨가 재심 청구의 근거로 제시한 과거 수사기관의 가혹행위 등 직무상 범죄,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서의 오류에 관해 수사한 자료를 여러 번 요청했으나 경찰에서 받지 못했다"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본부는 "당시 수사 경찰과 국과수에 대해서는 아직도 수사가 진행 중인데 결론이 나지 않은 사안을 넘겨줄 수는 없지 않으냐"라고 말했다. 또 "경찰이 명예를 걸고 과거 경찰의 과오를 철저히 수사하고 있는데 국회 패스트트랙에 오른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을 두고 타격을 주려는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 경찰 내부에서는 수사권 조정, 김기현 전 울산시장 하명 수사 논란 등을 두고 검경이 갈등을 빚는 국면에서 검찰이 과거 경찰의 과오를 부각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차장검사는 "수사권 조정과 절대 관련이 없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또 이춘재의 이감을 검찰이 사전에 통보해주지 않았다며 불만도 드러냈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주 법무부에 요청해 9일 이감 승인을 받았으며 다음 날인 10일 이감 조치를 했다. 이 때문에 수사본부 직원들은 9일에 이어 10일 오후에도 면담조사를 준비하다 부산교도소로부터 이춘재의 이감 결정을 통보받고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성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의 가정집에서 박모(당시 13세)양이 방안에서 성폭행을 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경찰은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의 국과수 감정 결과 등을 근거로 이듬해 7월 윤씨를 범인으로 검거했다. 기고자 : 수원=권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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