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코로나 고용 대란 현실화

31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분식집. 지난달 초까지 있던 아르바이트생이 보이지 않았다. 코로나 사태로 손님이 절반 이하로 줄자 아르바이트 직원을 내보낸 것이다. 사장 강모씨는 "손님도 없는데 인건비라도 줄여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족발집도 상황이 비슷했다. 이 족발집은 회식 손님이 줄자 종업원을 4명에서 1명으로 줄였다. 사장 김모씨는 "남은 직원 1명마저 내보내야 하나 고민 중"이라며 "당장 가게가 망할 판인데 사람을 어떻게 쓰겠냐"고 했다.

◇서민 업종부터 고용 대란 시작

고용노동부가 31일 전국의 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의 고용 현황이 담긴 '2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내에서 첫 코로나 확진 환자가 나온 1월 20일 이후 처음 나온 월별 고용 통계다.

조사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전국 사업체의 전년 동월 대비 근로자 수 증가 폭은 16만3000명으로 해당 조사가 시작된 2009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근로자 수는 경제성장 등의 이유로 꾸준히 늘어나는 것이 정상인데, 통상 한국 경제는 월 20만명 후반~40만명대를 기록하는 게 정상으로 추정한다.

업종별로 보면, 코로나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던 숙박·음식점에선 근로자가 전년 동기 대비 5만3000명(4.2%) 급감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 등으로 각종 모임이 급격히 줄면서 외식산업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이다. 게다가 팬데믹(대유행)의 영향으로 국내외 여행이 준 데다 콜센터 집단감염 여파까지 겹치면서 여행사와 렌터카, 청소, 경비, 콜센터 업체 등이 포함된 사업시설관리업은 1만2000명(1%)이 줄었다. 게다가 다중이용시설 사용 자제 움직임으로 공연업과 헬스장 등이 포함된 예술·스포츠서비스업도 6000명(2%) 줄었다. 이 세 업종은 국내총생산(GDP) 비율은 14% 수준이지만, 근로자 수는 전체의 21%에 달한다. 일하는 사람은 많지만 돈은 많이 벌지 못하는 서민 업종이라는 뜻이다.

규모로 따져도 서민들이 몰린 30인 미만 사업체가 주로 타격을 받았다. 30인 미만 사업체의 2월 근로자 증가 폭은 11만명으로 지난 1월 22만8000명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었다.

지역별로는 지난 2월 종교 집단인 신천지의 대규모 감염 사태가 터졌던 대구와 경북·경남 지역에서 타격이 컸다. 경북에선 1년 전보다 근로자 수가 3000명, 경북에선 2000명, 대구에선 1000명이 줄었다.

◇3월엔 고용 대란 더 심해질 전망

앞으로가 더 문제다. 임서정 차관은 "2월 말 통계라 코로나 상황이 완전히 반영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3월 통계에선 더 어려운 상황이 반영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버티던 제조업도 증가 수가 2월엔 아예 '제로(0)' 수준으로 떨어졌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용주가 일단 직원들을 줄이거나 쉬게 하면서 버티고는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버티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부터 고용 한파를 맞게 된다"고 말했다.

[그래픽] 2월 전국의 종사자 1인 이상 사업체의 고용 동향 기고자 : 곽래건 기자 최원우 기자
본문자수 : 1586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