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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 모호한 기준에 난리인데… 정부는 ＂다음주 발표＂
이재명 경기지사 ＂20% 부담 못하겠다＂ 재원 놓고 정부와 충돌
美는 억대연봉 빼고 무조건 지급, 단순한 기준으로 신속 지원

전체 가구의 70%에 해당하는 1400만 가구에 최대 100만원을 지급하기로 한 '긴급재난지원금'을 놓고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지원금 대상인지 알아보려는 사람들의 접속이 폭주하면서 복지로(www.bokjiro.go.kr) 사이트가 이틀째 마비됐지만, 정부는 다음 주에야 산정 기준을 결정해 발표하겠다고 했다.

◇부처 간, 중앙·지방정부 간 '딴 목소리'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은 31일 KBS 라디오에 나와 "소득 하위 70%면 중위소득 기준으로 150% 정도이고, 4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 150%는 710만원 정도"라며 "대강 4인 가구 기준으로 소득 700만원 밑인 분들이 (지원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 차관은 이어 "시간이 많고 넉넉하면 재산, 금융소득, 자동차 등을 소득에 합산할 수 있지만 이것(지원금)은 긴급성 요소가 있다"며 재산을 소득 합산에서 제외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는 전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설명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박 장관은 "재산과 소득을 다 합해 하위 70% 분들이 받는 것이 사회적 형평에 맞는다"며 "이에 맞게끔 기준을 설정하고 대상자를 가려가겠다"고 했었다. 이와 관련, 복지부 실무 부서 관계자는 31일 "긴급재난지원금의 지급 기준을 '소득'으로 할지 소득인정액(소득과 재산을 합친 것)으로 할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재원을 두고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충돌했다. 전날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에 드는 돈 9조1000억원 중 7조1000억원은 중앙정부가, 2조원은 지자체가 낸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31일 페이스북에 "지방정부가 재난지원금을 선지급하면 추경으로 보전해 주겠다며 재난 지원을 독려했으면서 중앙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에 지방정부로 하여금 20%를 부담하라고 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경기도는 지자체 몫 20%는 따로 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즉 100만원을 주려면 중앙정부가 80만원, 지자체가 20만원을 내야 하는데, 경기도는 80만원만 주겠다는 것이다. 대신 경기도와 각 시군이 자체 편성한 '재난기본소득'은 그대로 지급하기로 했다.

이용섭 광주시장도 이날 중앙방역대책본부 회의에서 "정부가 발표한 긴급재난지원금 중 20%를 지자체가 부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다만 이 시장은 "세출 예산조정과 지방채 발행을 통해 정부 방침대로 하겠다"며 경기도와는 달리 지방정부 부담분 20%를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美 기준은 '연봉 7만5000달러'로 명확

반면 한국에 앞서 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한 미국은 단순 명확하다. 미국은 '개인 기준 연소득 7만5000달러 이하'는 무조건 1200달러(약 146만원)를 준다. 대신 7만5000달러를 넘는 부분부터는 100달러당 5달러씩 지원금이 깎인다. 억대 연봉 수준인 연소득 9만9000달러가 되면 받는 돈이 '제로'가 된다. 연소득에 따라 지원금을 조금씩 내리게 돼 있다. 반면 한국은 '소득 하위 70%'라는 기준선을 정해놓고 이 선 아래면 100만원, 위면 0원을 주는 '모 아니면 도' 방식이다.

지급 방식도 다르다. 한국은 지역상품권이나 제로페이 형태로 주지만, 미국은 현금(혹은 바로 현금화 가능한 수표)으로 지급한다. 대출 이자나 월세 등 '정말 급한 불'을 끄기엔 현금이 훨씬 편리하다는 이유에서다.

속도에서도 차이가 난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지난 29일 "3주 안에 지원금이 지급될 것"이라고 말해 4월 안에 미 국민에게 현금이 전달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총선을 앞둔 한국은 이 절차에만 최소 한 달이 걸려 일러야 5월에야 지원금이 집행될 전망이다.

[표] 한국과 미국 재난지원금 비교 기고자 : 최규민 기자 김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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