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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제자리인데, 영업익 -43%…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급락
주 52시간·최저임금 등으로 기업들 이미 심각한 '기저질환'

'-87%(SK하이닉스), -60.1%(LG화학), -67.7%(현대제철).'

지난해 한국 대표 기업들이 거둔 경영 성적표다. 영업이익이 2018년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 기업이 속출했다. 전자, 화학, 철강, 중공업, 유통 등 우리나라 주력 업종 모두가 참담한 실적의 늪에 빠져들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기업들의 작년 실적이 코로나 사태의 여파가 전혀 미치지 않은 상태에서 받아든 성적표라는 점이다.

본지가 31일 매출액 상위 50대 기업의 지난해 경영 실적을 분석한 결과, 매출은 2018년보다 0.14% 증가해 제자리걸음이었지만 영업이익은 평균 43.2%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사상 최고 실적을 갈아치우며 '대한민국 산업이 잘되고 있다'는 착시 현상을 이끌었던 삼성전자(-52.8%)·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도 급락했고, 5대 그룹의 캐시카우(현금 창출원) 역할을 했던 SK이노베이션(-40%) 등 정유·화학 회사들의 실적도 크게 악화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실적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퍼지기 전에, 이미 우리 경제가 심각한 '기저 질환'을 앓고 있었단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주 52시간제 시행,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경제·산업 정책의 불확실성 등으로 우리 산업의 체력은 허약해질 대로 허약해져 '성장 정체' '역성장'과 같은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며 "기업들이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강도 높은 자구책을 내놓는 것처럼 정부도 '반(反)기업'에서 '기업 하기 좋은' 정책으로의 대전환이라는 '자구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로 글로벌 수요 부진과 공장 가동률 급감에 부딪힌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은 더 나빠질 전망이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1분기 주요 기업의 영업이익은 이미 크게 악화한 전년 동기에 비해서도 각각 -66.5%(SK하이닉스), -52.2%(삼성SDI), -43.4% (LG화학), -82.8%(현대제철)씩 급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사 A3면 기고자 : 신은진 기자 김강한 기자 석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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