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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국보 1호 숭례문을 개방했을 때, 더 나아가 2006년 숭례문 석축 한가운데 홍예문까지 개방했을 때, 많은 사람이 석축의 총탄 자국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숭례문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 6·25전쟁의 상흔. 2011년 사적 284호 옛 서울역을 원래 모습으로 복원했을 때, 건물 뒤쪽 외벽의 6·25 총탄 자국을 그대로 살린 것도 세간의 화제였다.

주변을 둘러보면 곳곳에 총탄 자국이다. 서울의 덕수궁 중화전에도, 독립문에도, 동십자각에도, 옛 서대문형무소에도, 옛 한국은행에도 총탄 자국이 있다. 북한산 비봉에 있던 진흥왕순수비(현재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에도 탄흔이 남아 있다. 서울만이 아니다. 파주 임진각에 있는 장단역 증기기관차의 화통엔 무려 1000개가 넘는 총탄 구멍이 나 있다. 파주 비무장지대(DMZ)의 옛 장단면사무소나 철원의 옛 노동당사는 벌집을 쑤셔놓은 듯 처참하다.

청와대 뒤편 북악산에도 총탄 자국이 있다. 1968년 1월 21일 북한의 124군 부대 요원들이 청와대를 습격하려고 침투했을 때, 우리 군경과 치열하게 교전했던 흔적이다. 한양도성을 따라 청운대 오르는 길목의 소나무에 15개, 좀 떨어진 능선의 바위에 50여 개의 총탄 자국이 남아 있다.

총탄 자국은 특별히 눈여겨보지 않으면 발견하기가 어렵다. 안내문을 설치한 곳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이 더 많다. 파인 구멍은 대개 그냥 내버려 두거나 시멘트로 채워 넣었다. 간혹 탄흔을 표시한 경우도 있다. 북악산의 총탄 자국은 흰색과 붉은색 페인트로 표시했다. 눈에 확 뜨이다 보니 사람들은 잠시 멈춰 안내문을 읽고 기념사진을 찍는다. "시선을 끄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색깔이 좀 자극적"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총탄 자국은 대부분 널리 알려진 건물에 남아 있는 것들이다. 이름 없는 건물들에도 상흔은 여전할 텐데, 혹시 무명(無名)의 총탄 자국에 우리가 너무 무심한 것은 아닌지. 올해는 6·25전쟁 발발 70주년이다.

※4월 '일사일언'은 이광표 교수를 비롯해 이주란 소설가,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 전은경 월간 디자인 편집장, 송현민 음악 칼럼니스트가 번갈아 집필합니다.

기고자 : 이광표 서원대 교수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097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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