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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 등록하자 매일 기부 독려
＂오늘까지 가입하면 VIP＂ 유혹도

미국 대선 취재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선 캠프에 기자 이메일을 등록했더니 '후원금 내라'는 편지가 매일 날아온다. 코로나 사태로 자금 모금 행사를 못 하고, 큰손 후원자들도 주가 손실로 기부가 위축되다 보니 '개미'들에게 소액 기부를 독려하는 것이다. 트럼프 캠프의 지난달 모금 목표는 500만달러(약 60억원). 부동산 사업가 출신답게 온갖 기상천외한 마케팅 전략을 동원해 유혹했다.

하루는 '오직 당신만을 위한 특별 제안'이란 제목의 메일이 왔다. "딱 한 시간만 당신이 후원한 금액의 5배를 매칭해주겠다!"고 했다. 10달러를 내면 50달러를 보태 60달러를 후원한 것으로 쳐준다는 것이다. 메일을 연 순간부터 한 시간짜리 시계가 째깍째깍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마치 '지금 주문 못 하면 다시는 세일 없다'고 위협하는 홈쇼핑 광고 같았다.

'VIP 마케팅'도 있다. "오늘 자정까지 소액이라도 후원하면 특별히 '트럼프 VIP 클럽'에 가입시켜준다"는 것이다. 'VIP 혜택'은 캠페인 전략 설문을 일찍 받고, '미국을 위대하게(MAGA)' 모자 같은 공식 제품을 남보다 먼저 살 기회를 준다는 것. "후원자 이름을 새겨 '트럼프 2020 골드카드'를 발급해 주겠다"고도 했다.

월말이 다가오자 트럼프는 '당신의 기부액: $0'란 실적을 들이대며 직장 상사처럼 질책했다. 그러다가도 "오늘 퍼스트레이디 생일이라 축하 카드를 보낼 건데 1시간 안에 돈 내면 당신 이름도 넣어줄게"라고 유혹했다. 트럼프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 차남 에릭, 며느리 라라까지 돌아가며 "우리 아빠는 당신을 믿어" "아빠가 당신한테 연락하랬어"라며 '친한 척'을 했다.

4월 모금 마지막 날인 30일, 결국 트럼프한테 '혼쭐'이 났다. 그는 자신의 사진과 서명이 박힌 메일에서 "내가 메일을 보내고, 우리 아들과 며느리도 보냈는데 당신은 후원자 명단에 없었다"고 했다. 미안해서 '다음 달엔 좀 내야 하나' 마음이 흔들릴 뻔했다.

그에게 마케팅 전략을 한 수 배웠다는 느낌은 들었다. 그러나 트럼프 캠프 이메일엔 '슬리피 조(Sleepy Joe·조 바이든 전 부통령)' 같은 야당 비방만 가득할 뿐, 코로나 사태에 대한 언급이나 의료진, 국민에 대한 공감은 없다. 그게 트럼프의 한계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기고자 : 실리콘밸리=박순찬 특파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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