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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부활의 길' 전문가 제언
＂통합당 비호감도가 호감의 5배, 여성·약자위한 정책 개발 등
중도·진보 가치도 과감히 수용, 젊은층 공감·지지 다시 얻으라＂

총선에서 기록적 참패를 당한 미래통합당은 차기 지도부 구성을 놓고 보름 넘게 혼란에 빠져 있다. 보수층마저 통합당에 대한 지지와 기대를 접으려 하는 상황이다. 통합당과 보수가 되살아날 길은 무엇인지 정치 전문가들과 보수 진영 인사들에게 물었다. 이들은 "사람·노선·행태 등 모든 것을 바꾸는 대대적 혁신이 없다면 2022년 대선 때는 '극우·지역 정당'으로 쪼그라들 것"이라며 "청년 세대를 전면에 배치해 2040 세대의 목소리를 대폭 반영하고, 중도·진보적 가치도 과감히 수용해야 한다"고 했다.

정치 컨설팅 '민기획'의 박성민 대표는 "현재 통합당에 대한 비호감도가 호감도의 5배나 돼 컨설팅도 불가능할 지경"이라며 "기존 당 체제를 해체하는 것만이 본질적 해법"이라고 했다. 박 대표는 "통합당의 현실 인식이 1970~1980년대에 머물러 있다"며 "2020년 국민 상식 수준에 따라오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의 한 낙선자 역시 "영남 중심으로 박정희 향수에 빠져 있어선 안 된다"며 "국민 수준은 이미 3만달러 이상 '선진국'에 있는데 우리 당은 아직도 개발독재 시절에 머무르니 '세월호 망언' 같은 막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보수와 야당이 살아나려면 2040의 공감과 지지를 받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했다. 서울대 강원택 교수는 "지금까지 2040 청년들은 쓰고 버리는 '장식품'처럼 소모했는데, 이젠 이들의 목소리가 당의 노선과 의사 결정 구조에 반영돼야 한다"며 "당권 싸움과 정쟁(政爭)에 빠진 현역들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청년들이 주요 당직을 맡아야 당의 진로를 바꿀 수 있다"고 했다. 김상훈(3선·대구 서구) 의원은 "당이 지금까지 청년들을 위하겠다며 말로만 '위선'을 떨다가 2040 표심을 잃었다"며 "앞으론 청년들을 비례대표 후보에 전면 배치하고 사무부총장 등 주요 당직도 과감히 맡겨야 한다"고 했다.

곽상도(재선·대구 중·남구) 의원은 "지금 3선 이상 중진들로는 당 혁신이 불가능하다"며 "초·재선 그룹이 '세대교체'에 힘을 실어 줘야만 한다"고 했다. 한 당직자는 "혁신적 노선 변화를 위해선 중앙당이 총지휘자로서 당의 진로와 정책 방향을 정하고, 의원들은 이를 집행하는 방식으로 구조를 바꾸자"고 했다. "다선 현역들이 신인 당선자들에게 '선배님 큰절'이나 받고 있어선 안 된다"는 말도 나왔다.

보수의 핵심 가치는 지키되 약자 보호 등 진보 진영의 정책도 대폭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인하대 홍득표 명예교수는 "그간 야당이 외면했던 여성·약자·소수자 관련 정책을 집중 개발해야 한다"며 "공동체의 안정과 상생이 결코 진보만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고 했다. 홍 교수는 이번 총선에서 '야당 심판'을 선택한 2040 세대에 대해 "개인주의·실용주의 성향인 청년들의 의식구조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다"며 "2040은 조국 사태 당시 '공정' '정의'에 입각해 분노한 만큼 '유능하고 매력적인 보수'의 모습을 보인다면 야당에 다시 눈을 돌릴 것"이라고 했다.

서울 송파병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김근식 전 후보는 "선거 지형이 완전히 변했는데 새로운 비전과 대안 제시는 없이 '반(反)문재인'만 외치니 2040에게 전혀 먹히지 않았다"며 "당의 이념·지향과 관련한 대논쟁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홍득표 교수도 "병역 면제, 부동산 투기, 탈세 같은 '탐욕적 보수' 이미지로는 더 이상 유권자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고 했다. 조성은 전 선대위 부위원장은 "입헌·법치·헌신·책임 같은 보수의 본질적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권영세(4선·서울 용산) 당선자는 "'낙선자 총회'를 열어서 참패 원인을 샅샅이 분석해야 한다"고 했고, 유의동(3선·경기 평택을) 의원은 "무엇을 어떻게 바꿀지 치열한 토론을 하자"고 했다.

[표] 야당, 이래야 산다 기고자 : 원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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