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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사람이 살지 않게 하겠다며 청년창업교실 등 활용 계획 밝혀
청년들 ＂기생충이라 죄송＂ 조롱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주택의 반지하 공간을 '기·생·층'이라고 언급하며 "더 이상 사람이 살지 않게 하겠다"고 홍보했다가 비판을 받고 있다. '기생충'을 연상시키는 표현에 인권 감수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쇄도했다.

SH공사는 지난 29일 보도자료에서 반지하 공간을 청년창업 교실, 커뮤니티 시설 등의 복지 시설로 만들어 '기·생·층(기회가 생기는 층)'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SH공사는 "노후 주택의 반지하 공간은 장기간 거주하는 공간으로는 부적합하다"며 "주거 환경이 열악한 반지하에는 더 이상 사람이 살지 않게 하겠다"고 했다.

이를 접한 청년들은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황당하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반지하에 사는 기생층 ○○○이 분노한다' '사회에 기생하면서 기회를 만들어 달라고 해서 죄송하다'는 조롱성 글이 잇따랐다.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2015)에 따르면 전국에 반지하 거주자는 36만3896가구다.

실제 반지하에 살고 있는 청년들은 SH공사의 무책임한 표현에 비참함을 느낀다고 했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5층짜리 빌라 반지하에 월세 35만원을 내고 살고 있다는 대학생 한모(23)씨는 "SH공사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굳이 '기생층'이라는 이름을 붙여야 했냐"며 "영화 '기생충'을 떠올리게 만드는 저 단어 하나가 반지하에 사는 수많은 청년을 비참하게 만든다"고 했다.

주택 공기업의 실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는 행복주택을 광고하며 "너는 (흙수저라) 좋겠다"는 카피를 써서 문제가 됐다. "흙수저 놀리느냐" "장난하느냐"는 반응에 바로 철거했다. SH공사 관계자는 "청년들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미처 못 했다. 앞으로 이런 작명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고자 : 이해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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