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총선 압승으로 국회 단독 운영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과 정권 실세들이 "국가채무비율이 40%를 넘어 60%에 이르는 것도 연연해선 안 된다"는 말을 쏟아내고 있다. "유럽에서 재정 운용에 제일 깐깐한 독일도 코로나 사태 극복을 위해 법정 채무 한도를 풀었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코로나 사태에 따른 기업 줄도산과 가계 파산, 실업 대란을 막기 위해 정부가 일시적으로 재정을 푸는 건 불가피하다. 하지만 정부 재정은 국민 세금으로 조달되며, 수입을 초과한 정부 지출은 당대든 미래 세대든 납세자들이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그래서 국가재정법은 "정부는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며(16조), 세출은 원칙적으로 세수 범위 내에서 한다(18조)"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문 정부 들어 대통령이 "국가채무비율 40% 제한 근거가 뭐냐"면서 재정건전성 1차 방화벽을 무력화하더니, 이젠 코로나를 핑계로 국가채무비율 60% 선까지 허물려 하고 있다. 민주당은 60%도 선진국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라고 주장하지만 우리나라는 기축통화국이 아니라서 무한정 화폐를 찍거나 국채를 발행할 수가 없다. 게다가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만성적 저성장 터널에 이제 막 들어선 상황이라 국가 재정 여력을 최대한 확보해야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할 수 있다.

올해 512조원 수퍼 예산을 편성한 데다 1·2차 추경 34조원을 조달하기 위해 적자 국채를 75조원가량 발행해야 해, GDP 대비 재정 적자 비율이 4.5%대로 올라가 유럽이 건전 재정 기준으로 삼는 3%를 훌쩍 넘어서게 된다.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은 이미 한국의 재정건전성 악화를 주시하고 있다. 피치는 "국가채무비율이 2023년 46%까지 높아지면 국가신용등급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도 이례적으로 한국에 '균형 재정'을 강조했다.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되면 국채 발행이 어렵게 되고, 은행·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급격히 올라가 국가적인 경제 위기가 초래된다.

코로나발 경제 위기는 이제 시작이다. 4월 수출이 -24%를 기록했는데, 미국·유럽의 수요 둔화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경제 위기 대응에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지만 우리 세대가 부담해야 할 몫을 미래 세대에게 떠넘겨선 안 된다.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141
표/그림/사진 유무 : 없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