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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역대 최대 순매수 기록… 올해 총 26조원 주식 쓸어담아
＂개미군단이 진화하고 있다＂
美·中 무역분쟁 재개될 우려
외국인은 9500억원 순매도… 코스피 52p 급락, 1900선 밑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4일 유가증권 시장에서 1조7000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이면서 역대 최대 순매수(매수가 매도보다 많은 것)를 기록했다. 한국거래소가 관련 집계를 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최대 규모다. 종전 최대 기록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된 영향으로 금융시장이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던 2011년 8월 10일의 1조5559억원이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68% 하락한 1895.37에 마감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재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9450억원, 8000억원가량 순매도했지만, 개인들이 꿋꿋하게 매수세를 이어가면서 추가 하락을 막았다. 이날 개인들의 순매수는 삼성전자와 같은 전기전자 업종에 집중됐다. 개인 순매수 금액의 47%(약 7900억원)가 전기전자 업종이었다.

개인들의 매수세가 좀처럼 멈추지 않으면서 연간 기준 개인 순매수 금액은 이날까지 26조원에 달한다. 개인 순매수 금액은 올해 연일 신기록 행진 중이다. 역대 개인 순매수 규모로 볼 때, 상위권 1위와 3~5위가 전부 올 3~5월에 집중됐다. 그야말로 2020년에 한국 증시 역사를 갈아치우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개인들은 국내 증시에서 5조5000억원 순매도했었다.

증권시장이 열리지 않는 주말이 싫고, 주식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의미에서 스톡(주식)과 사피엔스(인간)를 합친 '스톡 사피엔스'라는 신조어도 나왔다. 강봉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풍부한 현금 유동성으로 무장한 개인들의 투자 패턴은 과거와 다른 점이 많아서 새로운 부족의 출현이라고 봐야 한다"면서 "초저금리 시대에 부동산 기대 수익률이 낮아지고 유튜브 등 뉴미디어를 통한 증시 정보 확산 등이 겹쳐지면서 개미 군단이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주식을 사지 않고 현금으로 들고 있는 사람이 많아 주가가 내릴수록 매수세는 더욱 강하게 들어올 것이란 시각도 많다. 이규홍 한국투자증권 강남센터 팀장은 "큰손들 사이에선 코로나 사태 이후 현금을 들고 있는 건 의미가 없다는 쪽으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면서 "10년 주기 위기 상황의 학습 효과에 따른 저가 매수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다만 빚내서 주식을 매수하는 개인이 늘고 있는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신용융자 잔고는 9조원으로, 지난달 초반 6조원대에서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기업 실적 하락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묻지마식 투자는 큰 피해를 부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기고자 : 이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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