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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동떨어진 '전동킥보드법'
현행법으론 차도에서 타야… 오토바이 수준 면허까지 요구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에서 20대로 보이는 남녀가 전동킥보드 1대에 함께 타고 인도를 달렸다. 현행법상 전동킥보드는 인도로 다니면 불법이다. 지나가던 경찰관이 멈춰 세웠지만, 짧게 주의만 주고 보냈다. 두 사람은 킥보드에서 내려 1~2분쯤 걸어가다 다시 킥보드에 올라타고 인도를 달렸다.

'퍼스널 모빌리티'(개인형 이동수단)로 불리는 새로운 '탈것'인 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제대로 된 규제 없이 방치된 상태다. 현행 도로교통법상으로는 125cc 이하 오토바이 등을 뜻하는 '원동기장치자전거'에 가깝다. 면허가 필요하고 차도로 다녀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킥보드에 작은 전기모터를 단 것으로 취급된다. 면허 없이 공유 전동킥보드를 빌려 탈 수 있고, 차도와 인도를 가리지 않고 다닌다. 이런 킥보드가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보니 운전자들 사이에서 '킥라니(킥보드+고라니)'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을 정도다. 도로를 가로지르려고 갑자기 뛰어드는 고라니처럼 위험하다는 것이다.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 업체가 늘어나면서 전국적으로 2만대 이상이 운행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동킥보드가 전기자전거처럼 새로운 공유 서비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면허 규제를 풀고, 자전거도로 주행을 허가해 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지 4년째지만 관련법 정비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유명무실한 현행 규제 손봐야

업계에선 당장 급하게 손봐야 하는 규제로 세 가지를 꼽는다. 우선 면허다. 이호진 지빌리티(지쿠터 운영사) 대표는 "지난 1년여간 이용객이 서비스를 14만회 이용했지만 사고로 보험 처리한 건 10건밖에 안 되고 그나마도 매우 가벼운 수준"이라며 "어떻게 보면 자전거보다 더 위험하다고 하기 어려운데도 현행법은 면허를 요구한다"고 했다.

무조건 차도로 다니게 규제하는 것도 문제란 지적이다. 보통 차들은 시속 60㎞ 수준으로 달리는데, 현행법상 최고 시속이 25㎞로 제한된 전동킥보드가 나란히 달리면 위험한 상황이 잦다는 것이다. 진민수 매스아시아(고고씽 운영사) 이사는 "차도가 위험해 어쩔 수 없이 인도로 올라가게 되는데, 불법이니 도로 차도로 내려가라고 하기에도 한계가 있다"고 했다. 아무 데나 주정차하는 것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자체와 협의해 자전거 거치대처럼 별도 주차 공간을 마련하는 게 현실적이란 말이 나온다.

◇전동킥보드 관련법 4년째 지지부진

지난 2017년 6월 전동킥보드의 자전거도로 주행 허가 등 현실에 맞게 일부 규제를 바꾸려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하지만 무관심 속에 20대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될 예정이다. 작년 3월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에선 관계기관인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경찰청 등과 면허 규제를 풀고, 주정차 공간 확보를 지원하는 등 내용에 합의했지만, 입법화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정부는 지난달 23일에야 전동킥보드 등에 관한 관련법을 내년까지 제정해 규제를 현실에 맞추겠다고 했다. 정경옥 교통연구원 박사는 "전동킥보드 관련 규제 수준은 정부와 업계에서 사실상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인데, 입법에 더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 전동킥보드 규제 개선 방향 / 4년째 논의만 하는 전동킥보드 제도 신설 기고자 : 최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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