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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뉴딜 일자리 4일만에 급조
산하기관들, 풀뽑기 등 포함시켜

청와대와 정부는 지난달 공공 일자리 50만개 창출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 가운데 특히 10만개를 기존 '노인 일자리'와 차별되는 '비대면·디지털 일자리'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후 정부가 부처별로 일자리 1만개씩을 강제 할당해 단 나흘 만에 급조하도록 지시했으며, 이 과정에서 '비대면·디지털이 아니어도 된다'는 공문까지 내려보낸 사실이 확인됐다. 결국 '시설물 소독' '풀 뽑기' 등이 소위 '디지털 일자리'에 포함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일자리 50만개를 창출해 국민에게 제공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특히 이 가운데 10만개는 '비대면·디지털 일자리'라고 밝혔다. 이튿날에는 고용노동부가 "비대면·디지털 일자리는 노인 일자리와 차별화된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나 이면(裏面)에서 내려간 지시는 달랐다. 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대통령 발표 바로 다음 날인 지난달 23일 각 부처가 산하 공기업·공공기관에 공문을 내려보냈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의 경우 혁신행정담당관실이 '비대면·디지털 일자리 수요 조사'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기관별로 필요한 일자리 수와 일자리 특성을 조사해 제출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다음 날 갑자기 "긴급하게 재요청이 들어왔다"며 또 다른 공문이 산하 기관에 내려갔다. 공문엔 '부처별로 총 1만개 이상'의 일자리 수요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기관이 자체적으로 파악한 일자리 수요가 아니라 기관별 '현원(現員) 비율'에 따라 일자리를 제출받겠다고 적혀 있었다. 사실상 강제 할당이었다. 특히 공문엔 '목표치 달성이 어려울 경우 비대면, 디지털 관련 특성이 없는 일자리도 모두 포함시켜 달라'고 적혔다.

일자리 숫자 제출 기한은 4월 27일 오후 4시.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 바로 전날이었다. 산업부 산하 기관에서만 1만1000여 일자리를 급조해 보고했다. 한국전력공사(정원 2만2849명)는 2967개의 일자리를, 한국수력원자력(정원 1만1979명)은 1556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정원 대비 비율마저 12.9%씩으로 똑같았다.

한 기관 관계자는 "BH(청와대)가 신속하게 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라며 "수요 조사를 하겠다면서 일자리 수를 내려 보내는 건 그에 맞춰 내라는 것"이라고 했다. 다른 부처의 한 공기업 사장은 "대부분 시설물 소독하는 일자리를 급조해 제출했다"고 했다. 애초에 '디지털' 관련 양질(良質)의 일자리는 불가능한 선언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발표를 보더라도 주 15~40시간씩 최장 6개월 일하는 조건에, 임금도 최저임금 수준을 지급하는 걸로 돼 있다. 노인 일자리나 청년인턴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일자리 취합 단계에서부터 디지털은커녕 '풀 뽑기'라도 괜찮으니, 될 만한 건 다 집어넣으라는 말까지 나왔다"고 했다. 기고자 : 조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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