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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지구촌에 '희망의 직구'

"와우, 첫 번째 배트 플립(bat flip·속칭 '빠따' 던지기)이 나왔네요."

5일 NC 모창민이 삼성과 벌인 대구 원정 개막전에서 6회 초 박석민에 이어 2연속 좌월 솔로 홈런을 터뜨리자, 이를 생중계하던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 중계진이 흥분하며 외친 말이다. ESPN은 이 경기 중계 전부터 한국 프로야구 선수들의 방망이 던지기 영상을 모아 보여주며 "축구 선수들이 골을 넣으면 각종 세리머니를 하듯이, 한국 프로야구 선수들은 홈런을 치면 배트 플립을 한다"며 '빠던'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미 프로야구(MLB)에선 '빠던'을 상대 투수 자극 행위로 여기기 때문에 경기 중에 보기 어렵고, 한번 일어나면 선수들의 몸싸움과 빈볼로 이어진다.

미국과 유럽 주요 프로스포츠가 중단된 상황에서 이뤄진 ESPN의 사상 첫 한국 프로야구 생중계는 전 세계 스포츠팬에게 화제가 됐다. MLB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 출신 외야수 무키 베츠(28·LA다저스)도 소셜미디어에 자신이 출연한 한국 프로야구 소개 영상을 올리며 개막전 분위기를 띄웠다. 이 영상에서 한국어로 '야구'라 발음한 베츠는 "야구 세계에 온 걸 환영한다"며 '세계적인 유격수' 김하성 등 한국 프로야구 주요 선수를 소개했다.

ESPN은 이날 비 때문에 대구 경기가 약 30분 지연되자 2014 시즌부터 3년간 NC에서 뛰다 MLB로 복귀한 에릭 테임즈(34·워싱턴 내셔널스)와 화상 연결을 했다. 테임즈는 "한국은 열정적인 팬과 함께 에너지가 넘치는 리그"라고 말했다. ESPN 중계는 미국 동부 기준으로 새벽 1시에 시작됐지만, '라이브 경기'에 목마른 각국 야구 팬들은 소셜미디어에 주요 장면 캡처 사진과 함께 글을 남겼다. 올 시즌 NC에 새로 합류한 외국인 타자 애런 알테어(29)가 등장하자,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있던 알테어야?"란 글이 올라왔다. 이날 NC가 홈런 3방을 터뜨리며 4대0으로 승리하자, "난 이제 NC팬"이라고 했다. "한국 야구 개막을 온종일 기다렸다" "야구가 많이 그리웠다"던 팬들은 경기가 끝나자 "불면증이 해결됐다" "KBO 고맙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개막 경기가 열린 잠실야구장과 인천 문학구장에도 미국 LA타임스와 일본 닛폰TV,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 등 외신 20여 곳의 기자들이 몰렸다. LA타임스의 빅토리아 김 특파원은 "미국은 코로나 여파로 스포츠 경기가 열리지 않는데, 한국은 어떤 과정을 거쳐 프로야구 정규 시즌을 개막하고 운영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인천을 찾은 알자지라 록 맥브라이드 기자는 경기 전 염경엽 SK 감독에게 전 세계에서 관심받는 소감을 물었고, 염 감독은 "국민의 높은 의식 덕분에 이런 관심을 받게 돼 기쁘다"고 했다. 기고자 : 송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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