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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감염병연구소장·합참의장 등 ＂코로나 인공적으로 만든 것 아냐＂
연구소 조작說은 아니라고 선그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연일 코로나 바이러스의 '우한연구소 유래설'을 제기하며 대중(對中)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위해 동맹국 규합에 나섰고, 공화당에선 중국을 겨냥한 '코로나 제재 법안' 발의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내부에선 트럼프 주장과 배치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트럼프는 5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코로나 유래에 대한 결정적 증거를 들었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며 "코로나가 어디서 왔는지에 대한 답을 담은 보고서를 얼마 후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부터 주장해 온 '우한연구소 유래설'의 연장이다. 그는 지난달 30일 바이러스가 우한연구소에서 시작됐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지난 3일 코로나가 우한연구소에서 시작됐다는 "거대한 증거"가 있다고 했다.

공화당 핵심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이 우리를 자국과 (우한)연구소에 들여보내고, 국제사회와 함께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내야 한다"며 "중국이 조사에 협력할 때까지 제재하는 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했다. CNN도 이날 사안을 잘 아는 관계자를 인용해 최근 몇 주 새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 등 미 정부 관료들이 해외 동맹국 수십 곳과 중국의 코로나 은폐 책임 문제를 다룰 방법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 내부에선 다른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이날 국방부 브리핑에서 "바이러스가 연구소에서 나왔나? 아니면 (우한의) 시장에서 발생했나? 우리는 모른다"며 "증거를 보면 (바이러스는) 자연적인 것이고 인공적인 게 아니다"라고 했다. 미 국가정보국(DNI)도 지난달 30일 "코로나는 인공적으로 만든 게 아니다"라고 발표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 소장은 4일 내셔널지오그래픽 인터뷰에서 "코로나가 인공적으로 또는 고의로 조작됐을 리 없다"고 했다. 트럼프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우한연구소 유래설은 크게 두 갈래다. 코로나가 인위적으로 우한연구소에서 만들어졌다는 '조작설'과 연구소의 관리 부실로 퍼졌다는 '유출설'이다. 트럼프가 어느 쪽에 무게를 두는지는 명확지 않다. 다만 지난달 코로나 확산이 "중국 실수인지 의도인지 알아내야 한다"고 말해, 조작설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파우치 소장, 밀리 미 합참의장, DNI는 유출설은 정확히 모르지만, 조작설에 대해선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관건은 트럼프 행정부가 자신들의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느냐다. 트럼프는 아직 근거를 대지 못하고 있다. 다만 코로나가 우한연구소에서 유출됐다는 증거를 미 정부가 확보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언론들도 연구소가 실수로 바이러스를 유출했을 가능성에 대한 보도를 내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한연구소가 2013년 박쥐에게서 수집한 바이러스가 코로나와 96% 일치한다고 최근 전했다. NBC 방송은 이날 박쥐에게서 바이러스 샘플을 채취할 때 중국 연구진이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은 사진과 동영상이 있다고 했다. 다만 미 정보당국 관계자는 NBC 방송에 "이(유출설)를 증명할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은 없다"고 했다.

트럼프의 최근 대중 압박에는 대선을 앞두고 미국 내 120만명의 확진자를 낸 책임을 중국에 떠넘기기 위한 측면도 있다. CNN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대중 강경책을 지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의 경우 코로나로 경제적 타격이 심각한 상황에서 미·중 갈등 격화로 극심한 경기 침체를 유발할 수 있는 강력한 제재 조치에는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트럼프가 우한연구소 유출설 증거를 내놓지 못할 경우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일 코로나가 우한연구소에서 나왔다는 폼페이오 장관 발언에 대해 "그는 아무 증거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증거를 제시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정상급 과학자들이 코로나는 자연에서 발생한 것으로, 실험실에서 누출됐을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기고자 :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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