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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내일 밤 12시 석방
법원 ＂도주·증거인멸 우려 없다＂, 비슷한 상황 박근혜땐 구속연장
MB·양승태는 조건 붙여 보석… 허가 없인 병원 진료도 못받아

법원이 자녀 입시 비리와 불법 사모펀드 투자 혐의로 구속 기소된 조국 전 장관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석방하기로 8일 결정했다.

피고인을 구속한 상태로 재판할 수 있는 기간은 6개월이다. 정씨는 10일 밤 12시에 구속 기간이 끝나는데, 재판부가 그의 구속 기간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로써 정씨는 작년 10월 구속된 지 200일 만에 풀려나게 됐다. 구속 기간이 끝나면 석방해 불구속 재판을 하는 게 원칙이지만, 다른 피고인들과 형평이 맞지 않는 결정이란 비판이 나온다.

정씨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 25-2부는 8일 "도주할 가능성이 없고, 입시 비리 등에 대한 (재판부의) 증거 조사가 이뤄져 증거인멸 가능성이 적다"며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검찰은 최근 재판부에 '정씨가 불법 사모펀드 투자의 증거인멸 등을 시도했다. 구속 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240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 내용들은 구속영장에는 담기지 않았다가 기소 단계에서 새로 추가된 혐의들이었다.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사례도 이와 유사했다. 검찰은 2017년 국정 농단 재판을 받고 있던 박 전 대통령의 구속 기간 만료가 다가오자, 구속영장에선 없었다가 기소 단계에서 추가된 롯데·SK 관련 뇌물 혐의를 근거로 구속 기간 연장을 요청했었다. 법원 결정은 이번과 정반대였다.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구속 기간을 연장했다.

정씨가 아무 조건 없이 풀려나는 점도 논란을 빚고 있다. 정씨는 구속 기간이 끝나 풀려나는 석방이다. 석방된 뒤의 삶에 대해 어떤 제약도 두지 않았다. 반면 법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이른바 '적폐 수사' 주요 피고인들은 구속 기간 만료 직전에 보석으로 풀어줬다. 보석은 조건부 석방이다. 법원은 이들에게 매우 까다로운 조건을 붙인 뒤 풀어줬다.

지난해 3월 보석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겐 법원 허가 없이는 병원 진료 등 일체 외출 금지, 직계 가족과 변호인 외 접촉 금지 등 거의 구속 상태에 가까운 조건이 붙었다. 지난해 7월 풀려난 양승태 전 대법원장, 3월 풀려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도 주거지 제한, 사건 관계인 등과의 연락 금지 등의 조건이 붙었다. 위반하면 즉시 보석이 취소된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바람직하진 않지만, 구속 기간 만료 직전 보석을 해주면서 온갖 조건을 붙이는 게 최근 법원 추세"라며 "정 씨가 이런 제한을 안 받는 것은 큰 특혜"라고 했다.

지난 6일 조정래·황석영 작가, 정지영 감독, 안도현 시인 등 6만8300여 명이 법원에 정씨 석방을 탄원하기도 했다. 이런 부분도 법원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증거조사가 어느 정도 이뤄지긴 했지만 정씨의 증거인멸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표창장 위조 등의 혐의로 재판 중인 정씨는 현재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수십 명에 대한 증인신문이 남아 있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서도 그의 일부 노트북을 확보하지 못했다. 최진녕 변호사는 "정씨가 연구실 PC를 반출하는 등 증거인멸 우려로 구속됐고 현재도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데 풀어주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기고자 : 양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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