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77) 전 부통령으로부터 27년 전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성이 바이든의 후보직 사퇴를 주장하고 나섰다. 지난 3월 관련 의혹을 처음 폭로한 이후 공세를 높인 것이다.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미 대선 판도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이는 태라 리드(56)란 여성이다. 그는 민주당 경선이 한창이던 지난 3월 "1993년 바이든 상원의원실에서 행정직원으로 근무할 때 바이든이 의사당 복도 구석에 날 밀어붙이고 강제 추행했다"며 "이후 항의하자 해고됐다"고 폭로했다. 미국 언론이 그가 피해를 보고했다는 당시 의회 기록과 증언 확보에 나섰지만 이렇다 할 물증을 잡지 못했다. 바이든도 지난 1일 방송에 나와 "그런 일은 절대 없었다"고 부인했다.

그러자 리드는 7일 "바이든은 미국 대통령 같은 공직에 나설 자격이 없다"며 "그가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하기 바란다"고 했다. 친(親)트럼프 성향 폭스뉴스의 전 인기 앵커 메긴 켈리의 유튜브 채널에서다. 리드는 이날 "바이든이 '너와 자고 싶다'고 했다" "그가 밀어붙이는 바람에 신발이 벗겨지고 무릎이 까졌다"는 말을 쏟아냈다.

그는 "지난 두 달여간 바이든 측의 비방과 협박에 시달렸고 이 때문에 폭스뉴스와의 정식 인터뷰도 포기했다"고 했다. "카멀라 해리스, 엘리자베스 워런 등 민주당 여성 경선 후보들에게 성추행 피해를 알렸지만 묵살됐다"고도 했다.

바이든은 지난해에도 정치인 등 여성 8명이 "과거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당했다"고 폭로해 곤욕을 치렀다. 그러나 이번 리드의 폭로는 수위가 높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2016년 대선 때 여성 10여 명이 그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고 폭로했지만 별 타격을 입지 않았다. 반면 여성 부통령을 내세우겠다는 바이든의 상황은 트럼프와 다르다.

일각에선 리드의 폭로가 트럼프 측의 네거티브 기획이란 의혹도 있다. 리드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열혈 지지자로 알려져 '미 대선에 개입하려는 러시아 간첩'이란 말도 나온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은 7일 "리드의 변호사가 트럼프 후원자인 것으로 확인됐으나 할리우드 거물 하비 와인스틴의 성폭력 피해자를 변호한 이력도 있다"며 정치적 동기만으로 치부하기는 힘들다고 보도했다.